생명칼럼

낙태죄와 모자보건법

관리자 | 2008.12.15 23:10 | 조회 2210

낙태죄와 모자보건법
落胎罪와 母子保健法
이 글은 2000. 1. 12일 청주교구 사제연수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목 차
Ⅰ. 序說
Ⅱ. 낙태의 죄의 구성요소
Ⅲ. 낙태행위의 정당화에 관한 이론
Ⅳ. 모자보건법상의 낙태허용규정
Ⅴ. 結語
Ⅰ. 序說
낙태의 죄는 태아를 모체내에서 살해하거나 살해의 고의로 태아를 자연적 분만기에 앞서 모체 밖으로 배출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범죄이며 세부적인 정의는 유형별로 조금씩 다르게 내려진다.

낙태죄가 독자적 범죄로서 취급된 것은 그리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 아니하다. 고대 로마에 있어서는 낙태를 모체의 일부로 보아 낙태행위를 처벌하지 아니하였으나 2세기 세베루스(Septimus Severus)제 이후부터 낙태를 부의 出子에 대한 기대를 깨트린다는 이유로 처벌하였고, 중세 후기에 독일에 있어서는 사회법의 영향을 받아서 낙태를 영아살해와 동일하게 취급하였다.

밤베르겐시스(Bambergensis)형법전과 카롤리나형법전은 태아를 생명이 있는(영혼이 깃든) 태아와 없는 태아(임신 후 10주까지의 태아)로 구분하고 생명이 있는 태아를 낙태시키면 살인죄의 형벌을 적용하고 생명이 없는(아직 영혼이 깃들지 아니한) 태아의 낙태를 임부와 협의하여 행하게 하였다. 19세기에 이르러 태아의 생명의 독자적 보호가치가 인정되기에 이르렀다.

동양에 있어서도 전통적으로 낙태죄를 독자적인 범죄로서는 처벌하지 아니하였다. 조선왕조에서는 의용했던 大明律에는 폭행이나 상해로 인하여 낙태한 자를 장80도2년에 처한다는 규정을 두었다. 墮胎罪라고 불렸던 이 범죄는 폭행이나 상해로 인하여 수태 후 90일이 경과하여 이제 형체가 형성된 태아가 폭행상해가 있었던 때로부터 50일 이내에 타태사망한 경우에 성립하였다. 그리고 태아가 수태 후 90일 이내인 경우와 폭행·상해 후 50일이 지난 후에는 타태죄로는 처벌하지 아니하였다.

1905년의 형법대전은 비교적 상세한 타태률(제533조)을 두고 있었다. 이에 의하면 임부를 구타하거나 위력으로 핍박하거나 임부나 남편, 부모 등의 청탁을 받아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하게 한 자를 타태죄로 처벌하되, 태아가 수태 후 90일 미만인 때에는 형을 경하게 하여 당시에 가장 경한 형벌인 笞刑을 과하였다. 현행 형법상의 낙태의 죄의 규정은 舊형법(의용된 일본형법) 제212조 내지 제216조를 기본으로 하여 약간의 수정을 가한 것이다.

낙태죄의 입법예는 각국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독일 형법은 임부를 낙태시키는 것을 기본적 구성요건으로 하여 3년 이하의 자유형 또는 벌금형에 처하고(제218조 제1항) 임부의 의사에 반하거나 경솔하여 사망 또는 중대한 건강손상의 위험을 야기한 때에는 형을 가중하는 한편, 임부의 자기낙태는 형을 경하게 하고 있다. 낙태의 不罰 내지 허용과 관련하여서는 1974년 기간해결방식으로 도입하여 의사의 동의에 의한 낙태는 수태 후 12주를 초과하지 아니하는 한 不可罪로 규정하였으나, 1976년 2월 25일자 연방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인하여 무효로 되고 동년 5월 제15차 형법개정법에 의하여 이 규정은 수정되어 적응해결방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 결과 임부의 자기낙태가 의사의 충고에 의하여 임신 22주 이내에 실행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하고 임부가 특별한 곤궁상태에서 낙태한 경우에는 처벌을 면제할 수 있으며, 임부의 동의가 있고 의사의 진찰에 따라 임부의 생명·건강에 대한 위험을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판단되는 때에는 낙태를 벌하지 아니하게 되었다. 프랑스 형법은 임부를 낙태시키거나 낙태시키고자 한 자는 임부의 동의에 관계없이 처벌하며(제317조 제1항), 상습범은 형을 가중하고(同案 제2항), 임부의 자기낙태는 경하게 처벌하며(동안 제3항), 의사, 조산원, 약제사 등의 낙태관련 행위에 대하여서는 형벌과 동시에 직업금지, 또는 취업금지의 보안처분을 부과하고 있다(동안 제4항).

일본형법은 1882년의 구형법에 이르러 비로소 낙태를 처벌하는 규정을 두었다고 하며, 현행법은 낙태에 관하여 임부의 자기낙태를 기본적 구성요건으로 하고(제212조), 동의낙태를 업무상의 동의낙태, 不동의낙태, 동의낙태치사상, 동의낙태치사상죄를 규정하고 있다.

우리 형법은 자기낙태(제269조 제1항)와 동의낙태(제269조 제2항)를 '낙태'하는 표제하에 같은 조문에서 동일한 법으로 처벌하는 한편 不동의낙태죄를 동의낙태죄와 자기낙태죄에 대한 부법가중유형으로서 형을 가중하고(제270조 제2항), 업무상 동의낙태죄는 동의낙태죄에 대한 신분적 가중유형으로서 규정하며, 낙태치사상죄(제269조 제3항, p270조 제3항)는 동의낙태죄, 업무상 동의낙태죄, 부동의낙태죄의 결과적 가중유형으로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낙태의 허용한계에 관한 규정은 형법에는 없고 모자보건법에 두고 있다.

낙태죄의 보호법익이 무엇인가에 관하여서는 이를 낙태의 생명으로 국한하는 견해, 태아의 생명을 주된 법익으로 보고 임부의 건강을 부차적 법익으로 보는 견해, 태아의 생명과 신체를 제1차적 보호법익으로, 임부의 건강은 제2차적 법익으로 보는 견해 등이 있다.

이들 중 임부의 건강을 도외시하는 견해는 낙태가 임부의 건강에 직결되는 점을 간과한 것이므로 타당하지 아니하며, 태아의 신체까지도 법익에 포함시키는 견해는 태아의 건강이 일시적으로 침해되었다가 치유되어 정상적으로 출산된 경우까지 낙태로 보게 되므로 적절하지 아니하다. 결과적으로 태아의 생명을 주된 법익, 임부의 건강을 부차적인 법익으로 보는 견해가 타당하다.

낙태죄에 관련된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낙태를 어떤 범위까지 처벌하고 그 허용의 한계는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허용한계를 폭넓게 규정하고 있는 특별법이 바로 모자보건법이다. 그러므로 이하에서는 먼저 낙태의 죄의 구성요건의 표지를 살펴 보고 이어서 낙태행위의 정당화에 관한 이론을 검토한 후 모자보건법의 관련 규정을 살펴보고자 한다.

Ⅱ. 落胎의 罪의 構成要素
1. 주체
자기낙태죄(제269조 제1항)의 주체는 임신한 부녀에 국한되고 업무상 동의낙태죄의 주체는 의사, 한의사, 조산원, 약제사 또는 약종상에 국한된다. 동의낙태죄(제269조 제2항)의 주체는 자기낙태죄의 주체와 업무상 동의낙태죄의 주체를 제외한 자이다. 부동의낙태죄(제270조 제2항)의 주체는 임신한 부녀 이외의 자이다.

2. 객체
낙태의 죄의 모든 유형에 공통되는 행위객체는 모체내에 생존해 있는 태아이다. 태아와 사람의 한계는 진통설(분만개시설)에 의해 결정한다는 것이 통설이며, 타당한 견해라고 생각한다. 한편 어느 시점부터 태아인가는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되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수정되었다고 할지라도 2주 이내에는 자궁에 착상되지 아니하고 유출될 수도 있다. 또한 실험관 속의 수정란도 아직 자궁에 옮겨져 착상되지 아니한 때에는 태아로 볼 수 없다. 대체로 수정후 14일이 경과했거나 직전의 월경 후 5주 초에 이른 때에 수정란의 자궁착상을 추정할 수 있다. 수정후 착상되기까지의 수정란을 태아와 구별해 배자(胚兒, 胚芽)라고 부른다. 배자에 대한 손상이 낙태가 아님은 물론이다. 그러나 생식에 대한 의학기술발달에 따라 배자의 보호를 위한 형법적 대응방안이 형사정책적 관점에서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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舊?아니하다. 이미 언급했듯이 태아의 생명은 인간의 생명으로 될 생성중인 생명이므로 이를 경시하는 것은 인륜경시에 직결되는 것으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결과로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낙태가 가족계획의 수단으로 되어서도 아니되며, 낙태가 모체의 건강에 손상을 가져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아니된다.

낙태를 범죄로 규정하여 형벌을 과하는 것만이 낙태에 대한 대책의 전부가 아님은 물론이다. 가족계획은 낙태가 아닌 수태조절의 방법에 의하도록 계몽·장려하고 낙태가 태아와 모체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을 계몽·홍보하여 낙태행위가 감소 내지 근절되도록 예방하는 형사정책 내지는 사회정책적 대응방안이 함께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모자보건법이 규정하고 있는 낙태의 허용사유는 그 성격상 법령에 의한 행위로서 정당행위(형법 제20조)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함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다. 모자보건법의 관련규정을 해석·적용·보완함에 있어서는 낙태자유화의 확대하는 관점보다는 가능한 한 태아의 생명을 최대한으로 존중한다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이들 규정을 형법전에 도입하는 문제도 이러한 입장에서 신중하게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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