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목숨, 생명의 뜻풀이

관리자 | 2008.12.15 23:10 | 조회 2742

한국어 연습장 (20)
생명을 버릴 수는 없다 | 목숨 : 생명

목숨, 생명, 그 의미는 어떻게 다를까요?
한겨레신문에 게재(2006.3.10)된 뜻풀이가 있어서 자료마당으로 퍼왔습니다.
많이 사용하면서도 명확하지 않았던 뜻풀이에 빠져 볼까요?
먼저 오늘의 연습문제로 시작합니다. (정답은 이 글 끝 부분에 있습니다.)

[오늘의 연습문제]
괄호 안에서 알맞은 말을 고르시오.

풀 한 포기에도 (목숨/생명)이 깃들어 있단다.
스스로 (목숨/생명)을 끊다니 참 모질기도 하지.
(목숨/생명)이 아깝거든 내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이 가난한 형편에 또 한 (목숨/생명)이 세상에 나온다니, 눈앞이 깜깜하구려.

[풀이]

‘목숨’(목[首]+숨[息])은 동물이나 사람에만 쓰이고 식물이나 무생물에 대해서는 쓰이지 않지만, ‘생명’(생[生]+명[命])은 동물, 식물 할 것 없이 모든 사물에 쓰인다. 이 낱말 쌍은 ‘사내/남자’와 같이 토박이말에 비해 한자어가 더 폭넓게 쓰이는 예에 속하지만, ‘목숨’에는 ‘생명’이 대신할 수 없는 고유한 의미 영역이 있다.

동물이나 사람은 아등바등 애쓰고 수고하면서 삶을 영위한다는 점에서 식물과 다르다. 따라서 ‘목숨’은 주체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의 의지를 내포한다. 반면 ‘생명’은 자신의 의지와는 그다지 상관없이 자연의 법칙에 따라 살아간다는 의미를 띤다. ‘생명’은 애초부터 주어진 것이면서 어떤 인간적인 의지도 허용하지 않는 초월적 영역이다.

“생명을 끊다” “생명을 버리다” 같은 표현이 어색한 이유는 무엇일까. ‘목숨’은 여차하면 인위적으로 끊거나 마음대로 버릴 수도 있지만, ‘생명’은 절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생명’은 인간 세계 너머의 신성하고 절대적인 것인 반면, ‘목숨’은 인간의 의지나 가치판단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동료 인간에게 “목숨만 살려 달라”고 애걸할 수는 있지만, “생명만 살려 달라”는 말은 사람에게 할 말이 아니다. “하찮은 목숨” “벌레 목숨” 또는 “목숨이 열 개라도 되느냐” “목숨 가지고 장난하느냐”처럼 ‘목숨’은 비하하는 표현으로도 쓸 수 있지만, “생명이 아깝다” “값싼 생명” 같은 말은 어색하기 짝이 없다.

“생명을 부지하다”도 어색하기는 매한가지다. ‘생명’은 처음부터 절대적이므로 붙들고 말고 할 일이 없다. 이렇게 ‘목숨’에는 삶의 최저선이라는 뜻이 있지만, ‘생명’에는 이런 의미가 희박하다.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다”거나 “목숨만 살려 달라”에서 ‘목숨’을 ‘생명’으로 바꾸면 어색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목숨’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데 비해 ‘생명’은 개념적이고 추상적이다. ‘목숨’은 ‘생명’ 에너지가 현세적인 몸을 통해 구현된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생명’은 생명력, 생명공학, 생명윤리 등 많은 복합어를 낳으며, 비유적으로도 자주 쓰인다. “이 물건의 생명은 견고성에 있다”거나 “그 사람은 학자로서 생명을 잃었다”에서 ‘생명’은 사물의 존립에 가장 중요한 요소를 뜻하며, “인기에 편승한 작품일수록 생명이 짧다”에서 ‘생명’은 사물의 존립 기간을 뜻한다.

[요약]

목숨: 동물, 특히 사람에게만 씀|주체의 의지나 가치판단의 개입이 가능|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상|비유적으로는 잘 쓰이지 않음

생명: 사람, 동물, 식물, 사물에 다 씀|주체의 의지나 가치판단의 개입이 불가능|추상적 개념|비유적으로 자주 쓰임

김경원/문학박사·한국근대문학

[답] 생명, 목숨, 목숨,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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