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제10회 생명의 날 담화문 "나는 생명이다 "

관리자 | 2008.12.15 23:08 | 조회 1216

제10회 생명의 날 담화문 2004. 5.30

나는 생명이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올해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우리 사회 안에 만연해 있는 ‘죽음의 문화’를 극복하고자 ‘생명의 날’을 지내기로 한 지 10년째가 되는 해입니다. 그러나 지나온 시간을 되돌아보면 아직도 우리 가운데는 생명에 대한 위협이 크게 자리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낙태, 자살, 안락사, 가정폭력, 동물복제 및 유전자 조작, 전쟁, 테러, 환경오염 등등이 우리들을 생명이 아닌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이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라고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하느님께 대한 명백한 도전입니다.

1. 임신되는 순간부터 인간
인간의 생명은 임신되는 순간부터 시작되기에 철저하게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하며, 그 권리도 인정되어야 합니다. 이는 모태에 있는 태아의 생명에 대한 불가침의 권리마저도 보장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생명의 복음」, 60항)

현재 우리나라의 낙태 현실은 참으로 심각합니다. 실정법이 낙태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낙태를 시술하고도 처벌받은 이는 하나도 없으며, 오히려 모자보건법이라는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하루에 4-5천 건의 낙태가 아직도 이 땅에서 자행되고 있습니다. 교회는 의학적인 이유로 산모의 생명이 극히 위험한 경우에 행해지는 간접 낙태 이외에는, 어떠한 경우에라도 직접 낙태 곧 목적이나 수단으로서 의도한 낙태는 도덕률의 중대한 위반임을 분명히 합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271. 2274항)

모름지기 인간의 첫째 권리는 생명권입니다.(인공유산반대선언문, 11항) 그 생명권을 이미 세상에 태어난 인간들뿐만 아니라, 수정란도, 배아도, 태아도 모두 똑같이 지니는 것입니다. 이 생명권은 하느님으로부터 주어진 누구도 해칠 수 없는 신성한 것이므로 마땅히 인정받고 존중되어야 합니다.

2. 자살은 살아 계신 하느님 사랑에 대한 거부
요즈음 우리 사회 안에서 두드러지는 반생명적인 현상은 바로 자살자의 증가입니다. 경제난과 생활고에 시달리다 못한 서민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가족들을 살해하고 동반 자살하는 사건이 계속되고 있으며, 사회지도층 인사들마저도 여러 다른 이유로 스스로 그들의 목숨을 끊어 버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살이 비록 경제적, 사회적, 심리적인 이유들로 궁지에 몰린 이들이 취하는 최후의 선택처럼 비추어지는 면이 없지 않지만, 자살은 분명 반생명적이고 비윤리적이며 비인간적인 행위입니다.

사람은 저마다 자기에게 생명을 주신 하느님 앞에서 자기 생명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우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맡기신 생명의 관리자이지 소유주가 아닙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의 생명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습니다.(「생명의 복음」, 66항) 아울러 자살은 자기 생명을 보존하고 영속시키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적 경향에 상반되는 것이며, 또 올바른 자기 사랑에도 크게 어긋납니다. 더 중요한 점은 자살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사랑에 어긋난다는 것입니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2281항)

3. 모든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
인간 생명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입니다.(창세 1, 11-13. 20-31 참조) 하느님께서는 이 생명들을 보시고 “참 좋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생명은 그 자체로 하느님의 선한 선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 생명이 세상 안에 충만하기를 원하셨고, 특별히 인간 생명을 위하여 당신의 독생 성자 그리스도를 강생하게 하셨습니다. 강생하신 그리스도께서는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 왔다.”(요한 10, 10)고 말씀하시면서 당신의 사명을 분명히 하셨습니다. 이런 이유로 인간 생명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인간 생명은 하느님의 선물이며 그분의 모상이고, 각인이며, 하느님 생명의 숨결이기 때문입니다.(「생명의 복음」, 39항)

4. 생명의 길 - ‘생명31 운동’
그리스도의 길은 “생명에 이르게”(마태 7, 14)하고, 그 반대의 길은 “멸망에 이르게”(마태 7, 13)합니다. 곧 하나는 ‘생명의 길’이고 또 다른 하나는 ‘죽음의 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두 길의 차이는 큽니다.(디다케, 1,1)

작년부터 한국 천주교회가 벌이고 있는 범국민 생명문화운동인 ‘생명31 운동’은 바로 ‘생명의 길’을 선택한 운동입니다. 이 운동은 이 땅에서 수없이 많은 어린 생명을 무고하게 앗아간 모자보건법 제정 31년째를 맞이하여 시작되었습니다. 죽음의 지난 30년을 청산하고, 생명을 살리는 원년이 되자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이 운동을 이 사회에 크게 확산시켜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의 가치를 진정으로 알고 그에 봉사하는 ‘생명의 백성’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5. 생명 하나 더
그리스도께서는 겟세마니 동산에서 피땀 흘리시며 당신 제자들을 위하여 성부께 기도하실 때에 “아버지, 제가 이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에는 저에게 주신 아버지의 이름으로 제가 이 사람들을 지켰습니다. 그 동안에 (중략) 하나도 잃지 않았습니다.”(요한 17, 12)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이는 그리스도의 강생이 하느님께서 창조한 모든 생명 특별히 인간 생명의 보호를 위한 것이었음을 깨우쳐 줍니다.

‘생명31 운동’이 금년에는 ‘생명 하나 더’라는 표어를 내걸고 이 세상 안에 한 단계 더 깊숙이 다가가려고 합니다. 이는 우리들이 그동안 무심히 만나고 지나쳤던 생명들 하나 하나에 대한 소중함을 새롭게 하자는 뜻입니다. 바로 이런 의식이 우리들 삶 안에 깊이 자리하게 될 때에 지금처럼 우리 안에 스며있는 ‘죽음의 문화’는 서서히 걷히게 될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생명의 백성들인 우리는 생명의 주인이시며 생명을 사랑하시는 하느님의 뜻에 올바로 응답하기 위하여 ‘생명의 길’을 기꺼이 선택하고 봉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하느님께서 주신 나의 생명을 소중히 여김과 동시에 우리 이웃들의 생명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아울러 모든 생명의 주인은 바로 하느님이심을 분명히 인정하면서, 그동안 하느님의 뜻에 도전하였던 낙태, 자살, 안락사, 가정폭력, 동물복제 및 유전자 조작, 전쟁, 테러, 환경오염 등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처하여야 합니다.
생명의 주님께서 이 세상을 생명이 충만하게 해 주시도록 다함께 기도드리며 우리 모두 ‘생명의 문화’ 건설에 앞장섭시다.

2004년 5월 30일 생명의 날에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이기헌 베드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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