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제9회 생명의 날 담화문 "생명의 문화를 살립시다"

관리자 | 2008.12.15 23:08 | 조회 1186

제9회 생명의 날 담화문
생명의 문화를 살립시다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싱그러운 자연이 생명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끼게 해주는 이 때에 우리는 제9회 '생명의 날'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1. 모름지기 5월은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해주는 달입니다. 왜냐하면 5월에는 이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바르고 티없이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어린이 날’을 지내고, 우리들에게 생명을 전수해 주시고 사랑으로 길러 주신 부모님들에게 감사드리는 ‘어버이 날’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우리 신앙인들에게 5월은 이 세상에 생명으로 오신 구세주를 낳아 주신 성모님을 공경하는 ‘성모성월’이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날들은 우리 마음에 사랑과 생명을 되새기게 해주고 있습니다.

2.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는 전쟁과 테러를 비롯하여 끔찍하게 저질러지는 살인과 폭력, 불성실하고 무책임하게 저질러지는 각종 대형사고들, 어린 생명을 무참하게 죽이는 낙태와 안락사, 이기주의에서 비롯되는 이혼의 급증과 노인 학대 등 인간 생명에 대한 위협이 날로 증대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지구 한편에서는 수많은 어린이들이 형제적 도움의 외면 속에서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렇듯 죽음과 비정의 문화는 날로 더욱 번져가고 있으며, 이는 새로운 형태의 범죄를 낳고 있습니다.

인간의 생명은 수정되는 순간부터

3.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선물이며, 그분의 모상이고, 각인이며, 그분 생명의 숨결을 나누어 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이 생명의 유일한 주인이십니다”(생명의 복음, 39항). 그러므로 인간의 생명이 보호되고 증진되기 위해서는 모든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사실,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서는 생명 보존이라는 숭고한 직무를 인간에게 맡기시어 인간 품위에 알맞은 방법으로 이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생명은 임신〔受精〕 순간부터 최대의 배려로 보호받아야 합니다. 낙태와 유아 살해는 흉악한 죄악입니다”(사목헌장, 51항).

이처럼 낙태는 폭력입니다. 우리는 모두 “오늘날 평화의 최대 파괴자는 낙태이며, 낙태는 부모가 태중의 자녀와 벌이는 전쟁입니다.”라고 한 마더 데레사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교황 바오로 6세께서도 “생명에 대한 모든 범죄는 평화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씀하셨듯이, 낙태는 분명 끔찍한 범죄이며 평화의 파괴입니다. 낙태는 모든 살인의 시작이며, 이 때문에 생명 경시 풍조가 생겨나고 그 결과 많은 범죄가 우리 안에 들어 왔습니다.

4.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인간은 수정되는 그 순간부터 한 인격으로서 인정되고 존중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그 순간부터 그가 한 인격체로서 지닌 권리를 인정해야 하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무고한 인간 존재가 지닌 생명에 대한 침해할 수 없는 권리입니다.”(생명의 복음, 60항)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세상에 태어난 인간뿐만이 아니라, 수정란도, 배아도, 태아도 모두 인간입니다. 부모나 사회나 국가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아니 하든 인간은 이미 수정되는 때부터 한 인격으로서 신성한 불가침의 천부적인 생명권을 지니며, 어떠한 경우에라도 그 권리는 마땅히 인정받고 존중받아야 합니다.

5. 인간이 가야 할 길은 죽음과 전쟁의 길이 아닌 생명과 평화의 길입니다. 이 길을 위하여 하느님께서는 성자를 세상에 파견하셨고, 성자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인간을 위하여 당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어 주심으로써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과 평화를 남겨 주셨습니다(요한 14,27 참조). 이를 통하여 인간의 길은 ‘내어 줌’에 있음을 드러내셨습니다. ‘내어 줌’이야말로 인간이 가야 할 생명과 평화의 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생명에 대해 봉사하는 것은 자랑이 아니라 오히려 의무입니다”(생명의 복음, 79항).

생명31 운동으로 생명의 문화를 살립시다.

6. 친애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이제 우리는 ‘죽음의 문화’를 버리고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이에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지난 춘계 정기총회 때 인간 생명의 의미와 가치를 증진하기 위하여 ‘생명31 운동’을 전개하기로 하였습니다.

‘생명31 운동’은 숱한 어린 생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모자보건법이 제정된 지 30년을 지내고, 31년째를 맞는 금년부터는 생명을 아끼고 존중하는 문화가 이 땅에 새로이 자리잡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벌이는 범국민적인 생명 문화 운동입니다. 이 운동을 통하여 우리는 이 땅에 진정한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게 할 것이며, 남북의 화해와 평화도 앞당기게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오직 생명을 존중함으로써만, 민주주의와 평화 같은 가치 있고 필수적인 사회의 선익에”(생명의 복음, 101항) 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은 참으로 소중한 가치이며, 결코 그 무엇으로도 대치할 수 없는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우리 모두 생명의 진정한 가치를 알고 봉사할 수 있는 ‘생명의 백성’이 되도록 합시다. 그리하여 ‘생명을 위한 백성’의 수가 꾸준히 늘게 하여, 우리 사회 전체에 사랑과 연대를 통한 새로운 ‘생명의 문화’를 꽃피우도록 합시다.

생명의 가치와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고 증진시키기 위하여 노력하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을 기원합니다.

“도둑은 다만 양을 훔쳐다가 죽여서 없애려고 오지만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 왔다”(요한 10,10).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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