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제 8 회 생명의 날 담화문 "새로운 생명 문화의 건설을 위한 제언 "

관리자 | 2008.12.15 23:08 | 조회 1293

제 8 회 생명의 날 담화문
새로운 생명 문화의 건설을 위한 제언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교회는 생명의 날을 맞이하여 하느님 의식과 인간의식의 실종으로 나타나는 죽음의 문화를 제거하고 새로운 생명의 문화를 건설하기 하자는 취지에서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재인식하기 위해 오늘날의 현실을 반성해보려고 합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죽음의 문화와 생명의 문화 사이에는 극적인 투쟁”(생명의 복음 95항)이 있다는 말씀으로 오늘날 생명의 위기를 표현하셨습니다. 교황님의 말씀처럼 오늘 우리의 세상은 인간생명의 존엄성이 심각한 위험에 직면한 위기상황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인간복제와 관련된 생명과학기술의 윤리적 문제는 그 자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현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참된 가치와 진정한 필요성을 분별할 수 있는 예리한 비판적 감각의 개발을 통해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를 새롭게 건설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시점입니다.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의 건설은 오늘날 가장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인간복제의 배경이 되는 생명과학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인간 생명의 근본적인 의미와 그 기본적 가치들에 대한 재인식을 통해서 시작될 수 있습니다.
생명과학은 비교적 최근에 발달한 학문으로 산업적으로는 유효한 생산물을 만들거나 생산공정을 개선할 목적으로 생물자원 혹은 그들로부터 유래하는 물질을 연구 및 활용하는 학문으로 출발하여 오늘날 특히 인체와 관련된 유전자 재조합, 유전자 치료, 수정란 연구, 동물복제, 더 나아가 인간복제의 영역까지 관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명과학은 그 학문의 특성상 한계를 모르는 급진적인 발전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매우 복잡한 문제까지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생명과학은 문자 그대로 인간의 삶과 죽음사이에 펼쳐지는 생명과 건강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기초과학입니다.
물론 생명과학은 인간의 지적 탐구의 자유와 의료 및 산업발전을 통한 인류복지의 증진을 위해 마땅히 보호되고 육성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오용가능성을 염두에 둘 때 그 같은 자유와 보호는 인간과 사회와 생태계에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타당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오늘날 현대 사회 안에서 지켜지지 못하고 생명과학으로 인한 윤리적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있고 그 기준과 유용성에 대해서도 관점에 차이에 의한 논란이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인 것입니다.
또한 오늘날 생명과학의 발달과 함께 인간의 생명이 하나의 실험도구나 수단으로 전락하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질병의 치료나 더 나은 인간사회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심각한 인간생명에 대한 생물학적인 사고가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주의적이고 공리주의적인 사고에서 인간생명에 대한 심각한 경시사상과 창조질서의 파괴 그리고 인간 존엄성의 침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러한 사고의 영향으로 비윤리적인 과학자들은 ‘과학에 의한 유토피아’를 꿈꾸고 있으며 과학기술에 대한 우상화와 신격화를 추구하고 있어 그로 인한 심각한 윤리적 문제는 인류 전체에게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는 생명과학 분야에서 급속히 발전되고 있는 몇몇 내용에서도 실제적인 죄의 구조가 작용하고 있음을 염려하고 있습니다.
사실 오늘날 인간은 이제 자신이 창조한 기술의 세계에서 먼저 창조주의 손길을 감지하려는 것이 아니라, 항상 자기 자신을 먼저 만나게 됩니다. 인간의 근본바탕에는 “할 수 있다”는 확신이 깔려있으며, 인간이 자신의 건설자가 되고, 또한 자기 역사의 건설자가 되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과 인간의 끝없는 오만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인간 복제의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인간생명에 대한 침해와 파괴에 대해 교회는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생명이신 하느님을 잃어가고 있는 현상임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현대인들의 생명이신 하느님의 상실은, 곧 하느님 의식의 실종, 인간의식의 실종이며, 이는 곧바로 현대 사회를 실천적 유물론이라는 또 다른 형태의 무신론의 지배에 놓이게 만드는 것임을 경고하고 있습니다(참조 생명의 복음 23항).

형제자매 여러분
사실 그리스도교적 입장에서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계는 인간의 창조적 자유에 맡겨져 있어서 인간은 세계를 재형성해 나갈 수 있습니다. 인간은 세계를 관망하는 것이 아니라 변용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 신앙과 과학은 상반되는 것이 아니며 온갖 과학적 진리에 대한 성실한 추구와 갈망은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이성적 능력의 활용이므로 하느님의 창조 목적과 전적으로 부합되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사물에 대한 과학적 탐구는 인간의 고유한 품위를 드러내는 것이므로 그러한 능력을 인간에게 부여하신 하느님을 찬미하는 것이 됩니다. 세계와 지상 사물 그리고 그것을 탐구하는 인간의 과학적 능력은 모두 하느님의 창조사업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을 도외시한 끝없는 기술문명의 환상은 인간 고유의 내적, 영성적, 윤리적 가치를 잃어버리게 만들어 인간의 비인간화를 초래하게 됩니다. 따라서 과학적, 기술적, 지식과 윤리적 지식이 병행하지 못할 때, 그 과학과 기술은 결국 인류를 파멸로밖에 이끌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과학과 기술의 인간화, 나아가서는 하느님을 중심으로 한 과학기술의 윤리화가 시급하며, 과학과 기술보다 영적 윤리적 가치를 우위에 두는 사고의 형성이 더욱 중요하고 시급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새로운 생명문화의 건설을 위해 교회 공동체 모두는 생명과학이 근본적으로 인간 생명이 하느님의 선물임을 인정하는 생명과학이 되어야 하며, 그 어떤 경우에서도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전제로 하는 생명과학이어야 하며, 또한 절대적으로 인간 생명에 봉사하는 생명과학이 되어야함을 세상 모든 사람과 그리고 생명과학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신앙의 증거를 통해 강력하게 주장하여야 할 것입니다.


2002년 5월 26일 생명의 날에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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