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제5회 생명의 날 담화문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의 숨결이며 선물"

관리자 | 2008.12.15 23:08 | 조회 1291

제5회 생명의 날 담화문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의 숨결이며 선물입니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오늘날 인간은 자신을 신화하여 생명마저도 계획, 조정하는 권한을 지닌 절대자의 위치에 오르려 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신비, 인간의 삶과 죽음에 관한 모든 수수께끼의 해답이 오로지 하느님께 있다는 우리의 확신과 신앙은 이제 또 다른 위기를 맞게 된 것입니다. 인간을 위한다는 위장으로 하느님을 버리는 현대 사회의 하느님 의식 실종은 인간과 그 존엄에 대한 참된 이해 그리고 생명의 의식까지도 혼돈에 빠트렸으며, 결국 이 사회는 죽음의 문화가 생명을 가장하여 생명을 거스르는 실제적인 ‘죄의 구조들’(「생명의 복음」, 24항)을 만들어 내고 강화하고 있습니다.

생명공학 - 인류의 미래?
우리 나라에서도 올해 몇몇 선진국들처럼 복제동물이 만들어졌다고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우유의 생산이 훨씬 더 많아지게 되었고, 앞으로 쇠고기도 갑절이나 더 많이 공급할 수 있다고 하니 이제 식량 걱정도 많이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인해 인류가 걱정하는 식량 문제가 해결될 조짐이 보이고, 불치의 병이라고 하던 많은 질병들이 극복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생명공학의 업적은 아직 사람의 형체도 갖추지 못한 인간 배아의 단계에서도 일부 유전적인 질병의 치료도 가능하게 하였고, 고가의 치료 의약품들도 값싸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뿐 아니라 이제는 인간의 유전자를 가진 동물 복제가 가능해지면서, 인간에게 이식 가능한 장기를 가진 동물을 복제하여 그 복제된 동물로부터 장기를 공급받아 생명을 연장할 수 있으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놀라운 일입니까? 그야말로 유전공학의 업적이 오늘날 인류가 걱정하던 모든 문제를 한 순간에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해볼 만합니다.

인간 복제
그러나 이러한 놀라움은 일순간에 큰 두려움으로 변하고 맙니다. 우리에게 이러한 놀라움을 주는 생명공학의 연구가 인간 자신을 그 대상으로 삼으면서 발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 배아를 복제하여 치료용 복제인간을 만들고, 복제인간을 이용하여 장기이식용 장기를 양산할 뿐만 아니라 인간 배아의 근원세포를 가지고 의약품을 만든다고 하니 이러한 발상 자체가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인간을 희생시키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오류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더욱이 인간 유전자의 변형과 조작 기술은 더 큰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인간의 유전자를 가진 동물을 양산한다고 할 때 혹시 인간과 똑같은 뇌세포 조직을 가진 돼지가 만들어져 인간처럼 거리를 활보하고 인간까지도 지배하는 돼지의 세상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이 단순한 기우만은 아닐 것입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성하께서는 현대의 인간이 온갖 재능과 창의력을 쏟아 이룩해 놓은 결과가 결국 인간을 파멸로 몰고 가는 수단이나 도구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시면서 그 파멸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상의 모든 이면과 파국은 시시하게 여겨질 정도의 파멸이 될 것임을 경고하셨습니다(「인간의 구원자」, 15항).

인간 생명의 시작
인간 생명의 시작에 대해 거룩한 교회는 이렇게 가르칩니다. “난자가 수정된 순간부터, 아버지의 것도 어머니의 것도 아닌, 새로운 사람의 생명이 시작된다. 그것은 그 자신의 성장을 가지는 한 새로운 사람의 생명인 것이다”(「인공유산 반대선언문」).
생물학에서도 인간 생명의 시작에 대해 “수정에 의해서 생성된 수정란은 이미 새로운 인간 개체로서 그 생물학적 주체성이 인정된다.”(「생명의 선물」)는 사실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간 배아에 대한 조작과 실험, 그에 따르는 희생은 다름 아닌 인간 생명에 대한 살해라고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습니다. 인간 배아를 복제하여 그것을 치료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곧 인간을 치료하기 위해 치료용 인간을 만들어 희생시킨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따라서 우리는 인간 배아 복제가 아무리 좋은 목적을 가진다 하더라도 인간 생명의 존엄성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보호되어야 한다는 대원칙에 따라 인간 배아의 복제를 반대합니다.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인간의 생명은 어떠한 경우에라도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생명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선물이며 그분의 모상이고, 각인이며, 하느님 생명의 숨결입니다(「생명의 복음」, 39항). 온갖 유용성과 편리함이 이 세상을 지배한다 하더라도 인간의 생명이 그 때문에 희생될 수는 없습니다. 과학과 기술이 이 세상을 지배한다 하더라도 이는 반드시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면서 인간에게 봉사할 때 그 가치와 의미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모든 인간 생명에 대하여 존중과 사랑을 보이라고 우리 모두에게 요구하시는 생명의 하느님과 일치하여 함께 생명의 길로 나아갑시다.




1999년 5월 30일 생명의 날에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대행 정 진 석 대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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