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제3회 ‘생명의 날’ 담화 "생명의 백성"

관리자 | 2008.12.15 23:08 | 조회 1219

제3회 ‘생명의 날’ 담화

생명의 백성

1. 우리 주 예수께서는 인간에게 참다운 생명을 주고 이를 더욱 풍성하게 하시려고 강생하셨습니다(요한 10,10 참조). 이 ‘생명의 복음’은 예수께서 전파하신 기쁜 소식의 핵심입니다. 어머니요 스승인 교회는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온 인류와 민족공동체 안에 전파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한국 주교회의는 5월 마지막 주일을 ‘생명의 날’로 선언했고, 올해로 제3회 생명의 날(5월 25일)을 기념하게 되었습니다. 이 날을 맞이하여 우리는 겨레와 인류의 미래를 위해서 인간 생명의 존엄성과 불가침성에 관해 함께 성찰해 보고자 합니다.
2. 생명의 세력. 한국 천주교 가정사목위원회는 지난해 제2회 생명의 날을 기념하면서 우리 모두가 생명의 세력 편에 서서 죽음의 문화에 맞서 투쟁하기를 호소한 바 있습니다. 특히 증가해 가는 낙태행위를 개탄하면서 태아의 성감별에 수반되는 여아(女兒) 낙태의 문제점을 환기한 바 있습니다. 인간 생명에 대한 권리는 아무도 침해할 수 없는 것이므로, 태아는 수태된 순간부터 성심껏 보호되어야 하고, 낙태와 유아살해는 가증할 죄악임을 확인했던 것입니다. 이에 관한 우리 교회의 전통적 입장을 다시금 천명하면서, 이에 더하여 오늘날 우리 사회의 반생명적 현상에 맞서서 생명의 문화를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거듭 모색해 보고자 합니다.
3. 생명의 수호를 위한 법적 장치의 강화. 교회는 인간의 기본권 특히 생명에 대한 권리의 존엄을 밝히는 것을 자신의 고유한 사명으로 인식해 왔습니다. 인간생명이 나약하고 고통을 당할지라도 언제나 선하신 하느님의 훌륭한 선물임을 굳게 믿고 선언해 왔고, 생명에 대하여 해악과 음모를 꾸미는 사람들로부터 인간과 세계를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생명의 존엄성을 보호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법적 장치가 정비되어야 함을 주장합니다. 그리하여 수태된 순간부터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명확히 강화되어야 함을 명확히 하고자 합니다. 한편, 최근에는 우리 생명의 질서를 위협하고 있는 생명체의 복제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인간 생명체의 존엄성에 대한 도전으로 전개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윤리 도덕적 측면에서 많은 문제가 제기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를 제한하고 금지하는 법적 조처를 확고히 함으로써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4. 입양의 장려를 위한 노력. 인간생명의 존엄성이 지켜지고, 태아가 보호되기 위해서는 태어난 생명체와 모성에 대한 지속적인 보호의 노력이 전개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여성들이 자신이 수태한 태아를 어떠한 경우에라도 안심하고 분만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함을 주장합니다. 신생아의 입양을 장려하는 법적 조처가 시행되어 인간생명의 존엄성이 밝혀지기를 열망합니다. 그리하여 심판자이신 예수님께서 심판대 앞에 선 우리에게 “너희는 내가 버림받은 아이였을 때 나의 가정이 되어주었다. 너희는 못된 압력에 시달리며 불안에 떨고 있는 어머니들을 도와 아직 태어나지 아니한 아기를 따뜻하게 받아들이고 또 태어나게 했다.”(가정교서, 22항 참조)라고 선언하시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하겠습니다.
5. 북녘 형제에 대한 지원. 현재 우리 민족의 일부인 북녘 형제들은 극심한 식량난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무죄한 어린이들과 임산부들 그리고 수많은 노약자들이 아사 위험에 처해 있다고 합니다. 이로 인해서 우리는 민족 공동체의 생명에 대한 손상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특히 영양실조로 인한 아동들의 두뇌 파괴는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생각하면서 북녘 형제들과 사랑을 나누기 위한 실천적 노력을 전개해 나가야 합니다. 북녘의 형제들과 밥을 함께 나눔으로써 우리의 인간됨과 생명의 존엄성을 확인해 나가야 합니다.
6. 우리의 다짐. 생명은 하느님의 위대한 선물이므로 생명에 대한 존중은 하느님에 대한 경외를 뜻합니다. 생명의 주인은 오직 하느님뿐이므로 하느님의 백성들은 생명의 문화를 일구어나감으로써 ‘생명의 백성’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분여(分與)된 생명은 바로 하느님의 생명이므로 이를 존중하고 키워나가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주변을 위협하고 있는 ‘죽음의 문화’를 거부하고 영원한 삶에 동참하기 위해서 ‘생명의 백성’으로서 죽임에 맞서는 ‘살림의 문화’를 일구어나가야 한다. 이와 같은 생명 존중 운동은 우리 양심의 각성이며, 가정과 민족의 미래 그리고 전인류의 미래를 위한 희망의 누룩입니다. 생명에 대한 사랑은 커다란 노력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것은 자기를 아낌없이 내어줌이며, 희생을 무릅쓴 결단입니다. ‘생명의 백성’들은 생명을 지키고 가꾸기 위한 결단을 각오해야 합니다. 이 결단이 이제 우리 모두에게 요청되고 있습니다.


1997년 5월 25일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서 정 덕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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