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제2회 ‘생명의 날’을 맞이하여 "생명을 선택하십시오."

관리자 | 2008.12.15 23:07 | 조회 1352

제2회 ‘생명의 날’을 맞이하여
“생명을 선택하십시오.”
(Choose LIFE)


친애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우리 교회가 매년 ‘생명의 날’을 기념하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우리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자고 다짐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날은 ‘생명’의 가치와 불가침성을 되새기는 날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소홀히했던 생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생명의 수태와 탄생을 경축하며, 생명을 세계의 중심 가치관으로 들어올리는 날입니다. 이렇게 고양된 생명의식을 중심축으로 사회를 쇄신하고, 인간 생명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1.생명의 세력과 죽음의 세력
오늘날 우리 세계에는 두 개의 상반된 시대적 징표가 있습니다. 하나는 모든 생명에 대한 감수성과 도덕적 책임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 생명에 대한 명백하고도 은밀한 형태의 위험들이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징표는 2000년 대희년을 준비하는 우리에게 생명 운동의 새로운 물결 새로운 세계관에 주목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동양과 서양, 갈라진 그리스도교와 타종교가 생명이라는 말 한마디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창조주의 섭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생명 가치의 상실, 죽음의 문화 출현, 무분별한 생태계 파괴, 약육강식, 전쟁, 민족 학살, 범죄, 불신, 윤리적 허무주의, 마약, 공동체의 붕괴 등, 카인의 동생 살해 이래 살인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우리의 현실입니다.
한편으로는 생명 옹호에 대한 사회적 각성 운동이, 다른 한편으로는 합법의 탈을 쓴 살인이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2. 생명은 언제나 신비
문제는 현재 생물학이나 과학에서 생명을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생명이 어떻게 생겨났으며, 어떻게 독특한 인격으로 성장하는지, 그리고 어디로 죽어 가는지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다고 합니다. 생명에 관한 그리스도교의 메시지가 없다면, 생명에 대한 의미가 근본적으로 불확실하게 되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사람의 몸이 사물로, 단순히 살아있는 존재로, 고도로 발전된 형태의 유기체로, 탄생과 죽음을 조절하고 계획하고 조작하는 대상으로 전락한 것은 현대인이 생명에 대한 하느님의 창조 계획을 거부하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인간은 자신을 신비로 체험하지 못하고, 실용주의와 윤리적 상대주의에 빠져 더욱더 자신을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낙태를 광범위하게 조장할 위험이 있었던 형법 개정안 제135조의 폐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낙태는 늘어만 갑니다. 더욱 가증스러운 것은 태아 성감별에 의한 여아 낙태입니다. 여성으로 하여금 낙태를 할 수밖에 없도록 심리적으로 강요하는 직접, 간접의 사회적․문화적․구조적 죄악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인간 배자(胚子)와 태아에 대한 기술적 음모에 대해서도 경계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부분 낙태, 다태아 임신에 의한 낙태, 우생학적 낙태, 자살 방조, 안락사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쓸모있는 생명이 어디에 있으며, 쓸데없는 생명은 또 어디에 있습니까? 생명은 단순한 유기체가 아니라 영원한 생명입니다. 우리가 사형제도를 문제삼는 것은 범죄자에 대한 중형(重刑) 선고를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처벌의 본질을 인간 존엄성과의 일치에서 보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3. “살인해서는 안된다”
그리스도교는 생명에 관한 복음을 구체적이고 인격적으로 선포합니다. 예수께서는 자신을 생명으로 알려주셨습니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요한 14,6). 그리고 그분께서 세상에 오신 것도 생명 보호, 곧 “나는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얻어 풍성하게 하려고 왔다”(요한 10,10)고 분명히 드러내 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시나이 산의 율법 “살인해서는 안된다.”(출애 20,13)에서 인간 생명의 불가침성의 전통을 다시 기억하는 것은 오늘날의 세상과 미래의 세상, 그리고 온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입니다. 생명은 주어진 선물입니다. 내가 얻은 것이 아니라 창조주의 선물입니다. 그러므로 생명은 시작부터 끝까지 선한 것입니다. 인간은 이 생명을 마음대로 조작할 수 없습니다. 인간 생명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입니다. 그것은 바로 영원한 생명입니다.


사랑하는 교형 자매 여러분!
생명의 백성이요, 생명을 위한 백성인 우리가 이 생명의 날을 통해서 생명을 찬미하고 경축하는 것은 은혜입니다. 생명 문화의 쇄신이 생명에 대한 찬미와 기도에서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생명에 봉사하는 모든 사람들은 공동체를 위해 기도하고 후원해야 할 것입니다. 노인과 장애인, 불치의 병에 걸린 사람들을 배려할 때 삶의 의미가 충만해질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생명의 성역인 가정에서부터 죽음의 문화를 경계하고, 수태와 출산 그리고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영원한 생명이 체험될 때 생명이 충만하게 될 것입니다.
생명을 선택하십시오.
“보아라. 나는 오늘 생명과 죽음, 행복과 불행을 너희 앞에 내놓는다.… 너희 앞에 생명과 죽음, 축복과 저주를 내놓는다. 너희나 후손이 잘 살려거든 생명을 택하여라”(신명 30,15.19).


1996년 5월 26일

주교회의 가정사목위원회

위원장 서 정 덕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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