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아하! 생명윤리] 14-이중결과의 원리

관리자 | 2008.12.15 23:13 | 조회 2937

[아하! 생명윤리] 14-이중결과의 원리
'선한의도' '악한결과'에 적용

이 동 익 신부 (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어떤 행위로 인해 선한 결과와 악한 결과 두가지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 이럴 때 악한 결과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즉 악한 결과를 허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신학적 근거로 종종 제시되는 것이 '이중 결과의 원리'다.

 이중결과의 원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정당방위'이론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내 생명과 재산을 노리는 침입자가 무기를 들고 내 앞에 나타났을 때 내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당연히 방어 행위다. 그런데 이 방어 행위 결과로 전혀 예상치 않게 그 침입자가 크게 다쳤거나 혹은 죽었다면 그러한 나쁜 결과에 대한 윤리적 책임이 과연 나에게 있을까?

 그 침입자를 죽일 의도가 전혀 없었고, 나 자신을 보호하려는 행동이었는데 예기치 않게 침입자가 죽게 되는 악한 결과가 나왔다면 그 침입자의 죽음에 대한 윤리적 책임은 나에게 없다는 것이 이중결과의 원리를 적용한 판단이다.

 이렇게 정당방위의 윤리적 책임 면제에 관한 것을 이중결과의 원리에 적용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원리를 적용하기 위해선 몇가지 요구되는 조건이 있다. 즉 악한 결과를 용인할 수 있을 만큼의 중대한 사안이어야 하고, 절대로 악한 결과를 의도하지 않았는데 뜻하지 않게 발생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산모의 건강상 이유로 낙태가 용인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중결과의 원리가 적용되는가? 그렇지 않다. 왜냐면 산모의 건강 문제는 태아의 죽음에 상응할 만큼의 중대한 이유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중결과의 원리는 적용될 수 없고, 산모의 건강 문제로 낙태를 한다는 것은 윤리적으로 옳지 못한 행위가 된다.

 또 다른 경우, 자궁 출혈이 매우 심해 생명이 위독한 산모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는 그 출혈을 멈추게 해야 하는데 그 치료 과정에서 태아의 유산이 불가피하다면 태아의 죽음이 윤리적으로 용인될 수 있겠는가? 이 물음에 대해선 "용인된다"고 답할 수 있다. 이 경우 이중결과의 원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중결과의 원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의 척도는 '상응할 정도의 중대한 이유'에 있는 것이다.

 공해를 유발하는 자동차를 만드는 일이나 불을 피하기 위해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것도 그 악한 결과에 상응하는 중대한 이유 때문에 행동한다고 할 때 윤리적으로 반드시 비난 받아야만 하는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직접적 확실성을 찾기가 불가능한 경우라도 가치를 추구하는 행위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이고, 이로써 이중결과의 원리는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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