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아하! 생명윤리] 13-모자보건법

관리자 | 2008.12.15 23:13 | 조회 1272


[아하! 생명윤리] 13-모자보건법
태아 살인 정당화하는 도구

이동익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죽음의 문화'를 현대 사회 특징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현대 사회에 만연한 폭력, 전쟁, 살인, 테러, 안락사 그리고 낙태 등 수많은 죽음의 위협들이 현대인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고 염려하신다.

 그런데 그 수많은 죽음의 위협들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현상은 아마 낙태일 것이다. 그만큼 낙태로 인해 목숨을 잃는 태아 수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연간 약 150만 건의 낙태가 이뤄진다고 하니 세계에서 가장 잔인함에 달했다고 보인다.

 문제는 그 잔인함이 국가의 폭넓은 지원 아래 자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생명에 대한 공격이 국가의 폭넓은 법적 지지를 통해 이뤄지고 있기에 그 심각성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고 한탄한 바 있다.

 그런데 그 실제 모습이 바로 우리나라에서 드러나고 있다.

 국민들은 이른바 '모자보건법'이라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1973년, 유신체제에서 비상 국무회의가 소위 가족계획 사업을 위해 만든 법률이다.

 당시 국가의 모든 정책은 경제 부흥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이 역시 경제 도약을 위한 가족계획 정책의 핵심 법률이었다. 그렇지만 이 법률은 모성 보호와 자녀 건강을 도모한다는 미명으로 태아 살인을 정당화했다. 결국 오늘날 우리 사회에 '죽음의 문화'를 뿌리내리게 한 주범이 되고 말았다.

 모자보건법은 다음의 경우, 즉 ▲유전적 정신질환이나 신체장애가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 강간에 의한 임신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사이의 임신 ▲임신의 지속이 모체 건강을 해치고 있는 경우에 임신한 날부터 28주 이내 합법적으로 낙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톨릭 윤리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 모두 부당한 낙태이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법률 시행 이후 낙태죄가 아예 자취를 감춰 버렸다는 사실이다. 낙태죄가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데도 낙태를 했다고 해서 법에 따른 처벌을 받은 산모는 지난 30여년 동안 한 사람도 없다.

 결국 모자보건법이 국민들에게 "낙태는 합법적이고, 따라서 윤리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식을 심어준 것이다.

 국가의 법률은 당연히 공동선을 지향한다. 그리고 국민의 생명권과도 같은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기본적 의무다. 그런데 모자보건법은 오히려 생명을 죽이는 데 앞장서고 있으니 하루 빨리 없어져야 할 악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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