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아하! 생명윤리] 12-낙태

관리자 | 2008.12.15 23:13 | 조회 1205

[아하! 생명윤리] 12-낙태
무죄한 한 생명에 가하는 폭력일뿐

이동익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언젠가 매우 충격적인 사진 한장을 본 적이 있다. 태낭 밖으로 불쑥 나온 낙태아 손이 의사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처절한 장면이다. 어머니 몸에서 잘려 나가면서도 자신에게 칼을 들이대고 있는 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이 사진은 이 세상에서 가장 무죄한 한 아기에게 가해지는 가장 폭력적 행위가 바로 낙태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

 우리나라에서 한해 동안 태어나는 신생아가 약 43만명인데 비해 낙태로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태아는 15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사회ㆍ경제적 이유 등 수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어떤 이유로도 낙태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나는 가끔 낙태와 관련해 상담 전화를 받곤 하는데, 장애아 임신이라든가 성폭행으로 임신이 되었는데 낙태를 해도 되는가를 묻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에 대한 내 대답은 어떤 망설임도 없이 "당연히 낳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고통스럽겠지만 하느님께서 허락하신 소중한 생명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 삶의 이치이며 또 우리 신앙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 생명에 대해 사형 선고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없다. 비록 장애아라고 하더라도, 또 원치 않는 아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감히 한 사람의 생명에 대해 "너 죽어라!"고 할 수 있겠는가.

 가톨릭교회 윤리는 태아 때문에 산모 생명이 직접 위협받고 있는 경우 외에는 낙태를 용인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비록 태중의 아기라 할지라도 우리와 꼭 같이 생명의 존엄성은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실상 낙태 원인을 제공하는 측은 낙태아 부모이거나 우리 사회의 여러 악들임에도 그 책임을 뱃속 아기에게 돌리고 있다. 무죄하고 약하고 또 방어 능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태아에게 가해지는 가장 무자비한 폭력인 낙태는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것이다. 사회의 여러 악들이나, 제도적 폭력 혹은 그릇된 성문화가 낙태와 같은 폭력을 양산하고 있다면 그 폭력에 대한 책임은 당연히 그 사회의 몫이어야 한다.

 우리 사회가 그 책임을 떠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회의식 변화가 시급하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에서 미혼부모에 대한 인식 변화에 이르기까지 태아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우리 노력은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미혼부모가 아기를 가졌다는 것을 비난하기보다는 미혼부모로서 아기를 낳았다는 용기가 칭찬받을 수 있는 사회, 또한 미혼부모가 신자들의 따가운 눈총 없이 교회의 직원으로도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교회로 변모될 수 있다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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