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아하! 생명윤리] 10-대리모

관리자 | 2008.12.15 23:13 | 조회 1657

[아하! 생명윤리] 10-대리모
여성, 출산 도구로 전락시켜

이동익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몇달 전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공상과학 영화가 상영된 적이 있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사회적으로 한창 복제인간에 대해 윤리적 논란이 있던 시기라서 그런지 우리나라는 흥행에 성공했다는 후문이다.

 이 영화에서 유독 시선을 끈 것은 수많은 복제인간이 인공자궁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던 모습이다. 기계 장치인 인공자궁을 통해 복제인간이 양산되는 것을 보면서 오늘날 일부 과학자들이 시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저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날 이러한 인공자궁 역할을 하는 사람이 곧 대리모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대리모 임신은 신체적 결함으로 임신을 유지할 수 없는 여성이 다른 여성의 자궁을 빌려 임신하는 방법이다. 이 때 대리모는 자신의 생식세포와는 전혀 상관없이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고, 출산 후에는 생물학적 부모에게 아기가 넘겨지면서 그 역할이 끝난다.

 대리모는 주로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되지만 간혹 놀랍게도 가족들 중 동생이나 친정어머니가 대리모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 그 사례들이 보고된 바 있다. 친정어머니가 대리모 역할을 했다면 어머니는 누구이고, 또 할머니는 누구인지 전통적 가족 관계 붕괴는 뻔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동생을 대리모로 해 아기를 출산한 언니는 동생이 아프면 혹시 대리모를 해서 아픈 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늘 죄책감을 갖는다고 했다.

 또 아기를 낳은 대리모가 생물학적 부모에게 아기를 돌려주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니 대리모 출산이 가져오는 법적, 윤리적 문제는 사뭇 심각하다.

 뿐만 아니라 대리모 출산은 여성을 출산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여성의 건강한 자궁만을 필요로 하기에 이를 이용해 다른 부부의 아기를 낳을 수 있다는 사고방식 자체에는 출산을 위해서라면 여성의 고유한 인격성은 아예 무시해도 좋다는 발상이 깔려있는 것이다.

 교황청 신앙교리성은 대리모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리모는 모성적 사랑의 의무와 부부간의 정절, 그리고 책임 있는 모성으로서 의무를 객관적으로 다하지 못한 것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아이가 자기 어머니 자궁 속에서 임신되고 발달되며 바로 그 부모에 의해 세상에 나와 성장해야하는 권리와 아이들의 존엄성을 해치는 일이다. 동시에 가정에도 피해를 주어 가족의 기본 구성단위인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도덕적 요소의 분열을 초래하기도 한다." (생명의 선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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