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아하! 생명윤리] 9- 시험관 아기

관리자 | 2008.12.15 23:12 | 조회 1982

[아하! 생명윤리] 9- 시험관 아기
인공수정 출산의 비윤리성 아십니까

이동익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옛날부터 소나 돼지 등 가축의 우량 품종을 얻으려고 종종 사용한 방법이 인공수정이다. 그런데 이 방법은 18세기 말부터 불임부부에게 적용되기 시작했고, 오늘날에는 시험관 아기라는 형태로 발전해 불임부부들이 아기를 갖고자 가장 손쉽게 선택하는 방법이 돼버렸다.

 1978년 영국에서 첫 시험관 아기가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 180만명 이상 시험관 아기가 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2000명이상 시험관 아기가 태어난다고 한다.

 대부분 국민들은 이 방법이 불임치료를 위한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부도 시험관 아기 시술을 위해 불임부부들에게 정부 예산으로 일정액을 지원해 준다고도 한다.

 이쯤 되다보니 정작 이 시술 방법에 대해 적극 반대하는 가톨릭교회도 조용히 입을 다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끔 이런 저런 강좌를 통해 시험관 아기 시술의 비윤리성에 대해 얘기하면 가톨릭교회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열을 내는 열심한(?) 신자들도 상당수 있다. 그러니 우리 교회 내부 생명윤리 교육이 사뭇 걱정스럽다.

 가톨릭교회는 불임부부들이 가계 혈통을 잇고, 자식을 갖고자하는 열망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시험관 아기 시술을 결코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이 마치 공장에서 물건이 생산되는 것처럼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정자와 난자가 사람 몸 밖으로 추출되고, 시험관 속에서 결합, 배양 그리고 자궁으로 옮겨지는 등 여러 과정을 거친다. 부모 사랑으로 이 세상에 태어날 권리를 가진 자녀인데, 이러한 과정에서 자녀의 권리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둘째 이유는 더 심각하다. 의사들은 시험관 아기 시술 성공률을 높이려고 4~5개 수정란을 한꺼번에 자궁에 이식시키고, 수정란들이 그 안에서 자라는 과정을 지켜보다가 나중엔 건강한 1~2개 수정란(배아)만 남겨놓고 나머지를 몸 밖으로 끄집어낸다. 결국 낙태라는 잔인한 방법이 시험관 아기 시술 방법에 거의 필연적으로 포함된다는 것이다.

 시험관 아기 시술은 비배우자 생식세포이든 배우자 생식세포이든 모두가 이러한 비윤리적 과정과 내용을 담고 있어서 윤리적으로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 교회가 가르치는 내용이다.

 시험관 아기 출산시 자녀는 영락없이 하나의 물건으로 취급될 뿐만 아니라 부모 욕심이 자녀를 소유물로 전락시킬 위험도 언제든지 도사리고 있다. 또 이 과정에서 거의 필연적으로 이뤄지는 의도적 인공유산은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까.

 자녀가 없는 불임부부들 고통이 얼마나 큰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자기 핏줄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인간 생명의 존엄성은 언제나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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