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아하! 생명윤리] 7-과학기술은 언제나 좋은 것인가?

관리자 | 2008.12.15 23:12 | 조회 1185

[아하! 생명윤리] 7-과학기술은 언제나 좋은 것인가?
기술발전, 선 아닌 '악' 될 수도

이 동 익 신부(가톨릭대 신학대학 교수)

 서로 얼굴을 보고 전화 통화를 할 수 있고, 병원에 가지 않고도 인터넷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또 줄기세포치료라는 것이 끔찍한 난치병까지도 완치시킬 수 있고, 엄마 뱃속 태아가 이 세상에 나오기도 전에 유전병을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이라니 그저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나라 사람 평균 수명은 20년 전보다 8.4살이 높아진 78.2살이라고 한다. 이 추세에 생명과학 기술의 발전을 감안하면 앞으로 20년 후 평균 수명은 아마 90살이 넘지 않을까. 90~100살 산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끔찍한 표정을 지을지는 몰라도 그때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그 표정은 금방 평화로운 모습으로 바뀔 것이다.

 인간 생명에 대한 연구와 실험은 끊이질 않는다. 복제배아를 만드는 기술은
우리나라가 이미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으니, 당장이라도 복제인간이 툭 튀어나올 것만 같은 분위기다. 아마 인공자궁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 수준에 도달하면 복제인간 양산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유전자 분야 연구도 아주 활발하다. 사람들은 아직 맞춤형 인간을 만들 수준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유전자 조작으로 만들어질 상상 속의 인간이 현실의 인간이 될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현대인들 삶의 질이 과거보다 한층 더 높아졌다고 한다.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게 됐고, 각종 문명 혜택으로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편리하고 또 윤택하게 살게 된 것이다. 과학기술 발전 덕분이다. 인간의 재능과 창의력이 과학기술을 한껏 끌어올렸고, 그 혜택은 무진장하다.

 그런데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과학기술 발전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신다. "인류가 이룩해 놓은 과학기술 발전이 오히려 인류를 파멸시킬 수도 있다."

 과학기술이 인간에게 봉사하는 목적에 충실하지 못할 때 그 기술은 오히려 인류를 멸망시키는 무기가 된다는 말씀이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발견이라고 평가되는 핵에너지가 인류의 삶을 풍요롭고도 편리하게 변화시켜 주었다는 것은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핵에너지가 무기로 만들어져 사용된다고 생각해 보라. 핵무기 전쟁, 인류가 가장 두려워하는, 상상하기조차 두려워하는 파멸일 뿐이다.

 과학기술은 고마운 것이지만 그것이 인간에게 봉사하는 목적을 벗어나 오히려 인간을 위협하고 파멸시키는 도구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복제인간, 유전자 조작, 생태계 파괴, 물신주의 등 부정적 말들이 과학기술의 발전 이면에 숨어있다면 우리가 과학기술 발전에 무작정 찬사를 보낼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제 목숨을 잃는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사람이 목숨을 무엇과 바꿀 수 있겠느냐?" (마르 8,3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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