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생명을 위한 선언문

관리자 | 2008.12.15 23:11 | 조회 1216

생명을 위한 선언문
<서강대학교 부설 생명문화 연구소>

세상의 모든 존재는 각기 소중한 생명을 부여받은 자로서 자신의 생명을 누릴 권리와 자신을 보존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생명체들과 관련하여 획일적인 절대 평등을 주장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입장은 생태계의 현실을 외면하는 것으로서 모든 생명체로 하여금 자살을 강요하는 사태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세계에서 선의의 생명 차등은 불가피하다. 인간이 여타의 생명체보다 더 상위의 목적적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모든 존재를 임의적으로 수단시하는 입장이 아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생명체 전체의 질서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의 차등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오늘의 우리 현실은 생명에 대한 잔인한 차등주의가 팽배하고 있다. 우리의 자유와 존엄성을 확보하기 위해 발현된 '목적 자체로서의 인간'에 대한 이해가 오히려 모든 생명체를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광기 어린 삶으로 변질되고 있으며,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를 야만적 존재로 격하시키고 있다. 오늘의 우리 현실은 이 세상의 모든 삶이 목적을 수단으로 재빨리 전환시킬 수 있는 도구적이고 계산적인 삶으로 이행하도록 다그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타자의 생명을 존경하고 책임지는 삶보다는 자신의 생명에 대한 권리를 앞세우는 삶이 주도적이게 되었다.
결국 이와 같은 나 중심의 삶은 인간이 추구하는 眞, 善, 美, 聖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왜곡시키고 있다. 眞을 추구하는 과학도 실용적 상업주의와 야합하여 과학의 윤리성을 붕괴시키고 있고, 善을 추구하는 윤리도 경제적 실용논리에 떠밀려 가고 있으며, 美를 추구하는 예술도 상업주의 물결에 합류하여 문화와 산업의 야합이 발빠르게 이루어지고 있고, 聖을 추구하는 가장 성스러워야 할 종교도 경제 논리와 정치 논리에 말려드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사회의 깨어있는 소수의 지혜로운 자들은 언제나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혀 왔지만 거대한 이윤의 물결은 이들의 소리를 삼켜버리고 있다.
우리에게 가장 편안한 안식처인 가정에도 어른은 아이에게 승리하는 전투사가 되도록 강요하고 있고, 남편과 아내는 희생과 애정보다는 권리를 앞세우고 있으며, 자신들에게 생명을 이어준 노인들을 외면하고 또 생명을 물려줄 자식들이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병원에서 사라지게 하고 있다. 이러한 반인륜적, 반생명적 상황은 가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인간을 유일하게 인간답게 길러내는 사명을 지니고 있는 교육 현장조차도 지혜로운 인간보다는 지식 장사꾼을 양성하는 학원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고등교육을 받은 이 사회의 지식인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고급 범죄자로 변해가고 있다.
지금 우리는 가정, 사회, 국가, 세계로 이어지는 이 모든 삶에서 자기밖에 모르는 '쟁이'로 살도록 강요당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우리의 소중한 생명을 스스로 파괴하는 셈이다. 본 연구원은 이러한 반생명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선언문으로 채택한다.

첫째, 경쟁하고 투쟁하는 아이를 길러내고, 힘없는 노약자를 팽개치며, 부부가 서로를 구타하는 잔인한 가정이 아니라 서로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가정을 만들자.
둘째, 서민을 괴롭히는 가슴 없는 전문가를 추방하고 서민과 더불어 사는 건전한 전문가의 시대를 열어가자.
셋째, 언론은 생명 파괴적인 왜곡된 언어를 추방하고 생명 친화적인 언어를 살려내자.
넷째, 영상매체는 생명 상품화를 조장하는 반문화적 요소를 제거하자.
다섯째, 교육은 지식쟁이가 아니라 지혜로운 자를 양성하도록 하자.
여섯째, 기업은 이윤추구 일변도를 벗어나서 기업윤리를 회복하자.
일곱째, 건설, 교통 등 제반 시설이나 작업을 생명 존중적 차원에서 수행하자.
여덟째, 모든 법과 제도를 생명 친화적인 것으로 발전시키자.
아홉쨰, 모든 종교는 생명의 성스러움을 보호하자.
열째, 모든 의료기관은 생명을 고양시키는 신성한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
열 한번째, 모든 자연물(물, 공기, 땅)을 깨끗하게 보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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