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아하! 생명윤리] 29- 릴레이식(?) 장기기증

관리자 | 2008.12.15 23:15 | 조회 1045

아하! 생명윤리] 29- 릴레이식(?) 장기기증
901호 발행일 : 2006-12-24

이동익 신부(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

 지난주엔 장기기증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숭고한 사랑의 행위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장기이식이 숭고한 행위라는 것만을 너무 강조하다보면 그 결과만 부각돼 장기기증 과정에서 생겨나는 수많은 비윤리적 일들이 묻혀버린다.

 얼마 전 '릴레이 장기기증'이라는, 생소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몇몇 언론이 사랑 실천을 통해 아름다운 결실을 맺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일종의 사회 운동으로까지 확산시키려 하지만, 필자의 짧은 식견으로는 숭고한 사랑 행위로서 장기기증 행위가 오염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장기기증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윤리적 기준이 있다. 그것은 기증자와 수혜자의 자유로운 동의다. 기증자가 자신의 장기 적출에 대해 자유롭게 동의한다는 의미는 기증자 자신이 이미 '기증한다'는 자신의 행위가 어떠한 것인지를 충분히 인식하고, 나아가 주위 압력이나 조건, 경제 문제 등에서 온전히 자유로운 가운데 이뤄지는 동의여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 사회 현실에서 이러한 윤리적 기준으로 장기기증을 하는 사람들이 턱없이 부족하기에 어떤 사람들은 장기 매매도 어느 정도는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환자 가족들끼리 네트워크를 결성해 서로에게 필요한 장기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릴레이식 장기기증이라는 것이 바로 그러한 네트워크를 활용한 '가족교환 장기이식 프로그램'이다. 신장이식의 예를 들어보자. 신장이식을 기다리는 환자가 자신의 수술 조건과 일치하는 신장을 가진 사람을 찾아 장기를 기증 받고, 대신 기증 받은 환자 가족 중 한 사람이 다시 제 3자에게 신장을 기증함으로써 더 많은 환자에게 수술 가능성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서는 신장이식을 위해 병원에 찾아오는 환자와 그 가족에 대한 각종 자료들을 수집하고, 그런 다음 그 조건이 맞는 환자가 나타나면 교환 이식을 권고해 수술을 받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직 환자의 장기이식 수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환자 가족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장기 적출을 한다고 할 때 과연 온전히 자유로운 동의로 장기를 기증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장기 교환이라는 조건이 장기 매매라는 조건과 별로 다를 바 없지 않는가.

 장기기증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발전이 그 기준이 돼야 한다. 장기이식으로 인간성이 훼손, 변질된다거나 인격 파괴까지 나타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변 여러 조건이나 압력 때문에 장기기증을 해야 한다면 그것은 곧 자유의 침해이고 인격 파괴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

(사진설명)
환자와 가족 환자에 대한 가족의 따뜻한 보살핌을 표현했다. 환자를 위한 장기적출이 가족의 온전한 자유를 방해하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라면 환자와 가족의 올바른 관계는 무너질 수도 있다. 그림=장우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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