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아하! 생명윤리] 28- 장기이식

관리자 | 2008.12.15 23:15 | 조회 1150

[아하! 생명윤리] 28- 장기이식
900호 발행일 : 2006-12-17

이동익 신부(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

 우리는 믿음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아브라함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창세 12,1). 하느님 초대에 아브라함은 즉시 떠난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인 고향을 떠나고 모든 가족과 이별한다는 것, 그리고 알지 못하는 미지의 땅으로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인지 잘 알고 있는 아브라함이지만 그의 결정은 단호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충성으로 하느님 초대에 기꺼이 응답하면서 어떠한 위험이 닥칠지도 모르는 모험의 삶을 떠난 것이다. 결국 하느님께 대한 아브라함의 철저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모험의 삶은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인 이스라엘에게 매우 큰 축복이 됐다.

 아브라함 신앙은 그리스도 신자들 신앙의 모범이며, 신앙의 삶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잘 알려준다. 곧 신앙의 삶은 하느님께 대한 철저한 신뢰와 충성이 바탕이 돼야 하며, 이와 함께 모험적 삶까지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톨릭교회가 장기이식을 윤리적으로 정당하다고 평가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신앙관에 기초한다. 그리스도 신자로서 애덕 실천의 삶에 때로는 위험과 모험이 뒤따르지만 그것이 이웃을 위한 사랑의 행위가 된다면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웃 사랑 실천이라는 차원에서 장기이식 수술은 지난 몇십년 동안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면서 매우 놀라운 기술 발전을 이뤘다. 심장이식 수술을 비롯해 살아있는 사람의 간을 일부 이식받을 수 있는 기술까지 일반화됐다고 한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이러한 놀라운 발전에 비해 올바른 윤리의식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장기이식 수술이 이웃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헌신적이고도 숭고한 행위인데도 일부 잘못된 윤리의식이 장기이식 행위 자체를 경계하게끔 만드는 부정적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 것이다.

 장기이식 분야에서 끊임없이 고질적 비난거리가 되는 것은 장기매매 행위다. 생명을 돈으로 사려는 사람들, 또는 가난 때문에 자신의 장기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려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숭고한 행위의 장기 기증보다는 주위의 보이지 않는 여러 압력 때문에 할 수 없이 장기 기증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이는 분명히 윤리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장기기증을 위한 윤리적 기준은 무엇보다 생명존중과 자유로운 동의이다. 곧 이웃이나 가족의 강요가 아닌, 숭고한 사랑의 실천이라는 차원에서 자유로이 장기 적출에 동의할 수 있는 분위기이어야 하고, 수혜자는 물론 기증자의 생명과 건강이 충분히 고려되는 가운데 이뤄지는 장기 기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

(사진설명)
장기매매 그림 양쪽 동물들은 장기 매매 상황을 나타내고 있다. 그림 아래 점선으로 표현된 그림들은 살아 움직이는 장기들을 표현한 것이다. 그림=장우의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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