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아하! 생명윤리] 26- 뇌사

관리자 | 2008.12.15 23:15 | 조회 1239


[아하! 생명윤리] 26- 뇌사
평화신문 898호 발행일 : 2006-12-03

이동익 신부(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

 가톨릭교회가 죽음의 판단 기준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시기는 비오 12세 교황 때다.

 비오 12세 교황은 1957년 11월24일 멘델연구소가 개최한 학술회의에 참석한 의사들에게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죽어가는 환자의 죽음과 죽음의 순간에 대해 분명하고도 정확한 정의를 내리고 확인하는 일은 의사들 영역에 속하며… 그것은 교회 권한 밖에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로써 죽음의 순간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의학 분야의 판단에 맡겼다고 볼 수 있다. 비오 12세 교황 이후 가톨릭교회는 의학 분야에서 의학적 죽음으로 인정해 왔던 뇌사를 대체로 죽음의 판단 기준으로 인정하면서 뇌사자에게서 적출한 장기를 이식하는 수술에 대해 긍정적 견해를 표명해 왔다.

 교황청 과학원은 1987년 '생명의 인위적 연장과 죽음의 정확한 순간 결정'이라는 세미나를 통해 뇌사 문제에 대한 가톨릭교회 견해에 대해 공식적으로 다뤘으며, 여기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뇌사는 인간 신체의 정신적, 육체적 기능을 조절하고 통합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의 돌이킬 수 없는 상실의 상태이며, 죽음의 순간은 뇌의 전 기능이 돌이킬 수 없이 정지되는 순간이다."

 당시 이 세미나에 참석했던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의사는 생명의 주인도 아니고, 또 죽음을 정복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다. 죽음은 인간 생애의 불가피하고 필연적인 것이므로, 이를 피하는 방법으로 치료를 끌고 가서는 안된다. 그 조건에 따라 신중히 생각하고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 뇌사를 죽음의 순간으로 인정하는 데 적극적이고도 긍정적 태도를 보였다.

 그 후 1995년에 교황청 보건사목평의회는 뇌사에 대한 가톨릭교회 공식적 견해를 '의료인 헌장'을 통해 발표했다. '의료인 헌장'은 1987년의 교황청 과학원 세미나 결론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뇌사가 죽음을 판정하는 참된 기준이 된다고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가톨릭교회의 이러한 선언에 반드시 전제돼야 하는 것은 당연히 뇌사 판정에 한치의 오류도 없는 정확성이다. 사망에 대한 판정에는 최소한의 오진도 허용될 수 없기 때문이다.

 가톨릭교회가 죽음의 판단 기준으로 인정하는 뇌사는 결코 장기이식을 용이하게 하려는 수단이 아니라 인간 존엄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 곧 장기이식을 위해서라면 뇌사를 죽음으로 인정할 수도 있다는 우리나라의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의 뇌사 인정이라는 의미이다.

 죽음은 모든 인간에게 피할 수 없는 실존적 사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인간은 반드시 죽어야만 하고, 피할 수 없는 죽음과 항상 가까이 있는 실존일진대, 죽음을 내 실존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곧 품위를 갖춘 인간의 모습일 것이다.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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