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아하! 생명윤리] 23- 복제인간

관리자 | 2008.12.15 23:15 | 조회 1237


[아하! 생명윤리] 23- 복제인간
평화신문 895호 발행일 : 2006-11-12

이동익 신부(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

 현대 생명공학 발달은 인간 유전자 연구가 인간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러나 동시에 상업적 악용의 위험이라든가 유전적 변이를 통한 인간 개조 차원으로 발전될 가능성까지도 내다봐야 한다. 이런 추이라면 맞춤인간의 등장도 한낱 공상만은 아닌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소위 난치병 극복이라는 미명으로 이뤄지는 복제배아 연구가 결국에는 복제인간을 만들어내고 말 것이라는 염려도 단순한 기우는 아닌 모양이다.

 황우석 박사가 2004년과 2005년, 미국의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서 사용된 난자 수는 실제로 2236개다. 단 한 개의 줄기세포도 만들지 못한 결과를 가져왔으니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복제인간을 만드는 기술뿐이라고 어떤 과학자는 크게 염려한다.

 일부 생명공학자들은 복제 배아 연구가 복제인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주장하지만 동일한 방법으로 이미 이 세상에 출생한 복제 양 돌리나 복제 개 스너피를 생각한다면 복제인간이 한낱 허상만은 아니다.

 미국의 어느 생명공학회사는 자기네가 벌써 복제인간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또 어떤 불임부부들은 인간 복제를 해서라도 아기를 갖겠다고 호소하기도 하니 앞으로 인간 복제 문제로 나타날 정신적ㆍ사회적 혼란이 얼마나 클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면 인간 복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가. 인간 복제는 황우석 박사가 원천 기술이라고 자랑했던 그 기술로 생산한 복제 배아를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켜 만들어내는 것이다. 아마 독자들은 인간을 만들어낸다는 필자의 표현에 거부감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복제인간은 이렇게 마치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생산 과정을 거쳐 이 세상에 출생하는 것이다.

 난자 채취, 난자에서 핵을 빼내고 체세포를 이식하는 일, 배양하고 자궁에 착상시키는 이 과정은 인간 출생과정과 같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 여성이 생물학적 아버지가 없어도 자기 어머니의 쌍둥이 자매가 될 수 있고, 자기 할머니의 딸이 될 수도 있다. 시험관 수정으로 이미 혈통의 혼란이 일어났지만, 복제는 이러한 혈족 관계의 근본적 파괴를 가져올 것이다.

 인간 복제는 복제된 인간의 존엄성과 관련해서도 비판받아야 한다. 복제인간은 다른 존재에게서 '복사'돼 세상에 등장한다. 그렇다면 복제할 가치가 있는 누군가와 닮게 만들어진 그 복제인간의 인격적 주체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복제인간 시대를 바로 눈앞에 둔 이 시대의 가장 절실한 문제는 존중돼야 할 인간 존엄성과 반드시 조화를 이루는 일일 것이다.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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