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아하! 생명윤리] 22- 배아줄기세포

관리자 | 2008.12.15 23:14 | 조회 1155

[아하! 생명윤리] 22- 배아줄기세포
평화신문 894호 발행일 : 2006-11-05

이동익 신부(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

 황우석 박사 논문 조작 사건으로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정작 인간배아를 복제해 만든 줄기세포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의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황우석 박사의 두 논문(2004년, 2005년)이 모두 취소됐으니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았던 복제 배아줄기세포에 온 세상이 놀아난 꼴이 돼버린 것이다.

 가톨릭교회가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명 파괴 때문이다. 배아줄기세포는 시험관 아기 시술에 쓰고 남은 수정란을 사용하거나 혹은 황우석 박사가 이룩한 업적이라고 떠들어댄 복제배아를 재료로 해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온전한 인간 생명인 수정란 혹은 배아가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복제배아가 애당초 줄기세포를 얻으려는 의도로 만들어지기에 생명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실로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다. 복제 양 돌리나 복제 개 스너피가 똑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져 세상에 등장했는데 그러면 그것들은 생명이 아니란 말인가.

 수정란이든 복제배아든 사용하는 용어만 다를 뿐 개체의 생물학적 정체성을 대표하는 독립적 유전자형을 가지면서 동일한 생명 현상을 보이고 있으니 둘 모두가 인간 생명이라는 점에서는 전혀 차이가 없다. 복제배아로 복제인간이 만들어져도 이는 당연히 우리와 같은 존엄성을 가진 인간이라는 것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렇게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수정란이든 복제배아든 온전한 생명을 파괴하는 비윤리적 연구인 것이다. 결국 인간 생명까지도 상품이나 수단으로 격하시켜 버리는 지극히 비인간적 연구가 아닐 수 없다.

 배아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또 하나의 충격적이고도 끔직한 시도가 있다. 소위 이종간 복제배아줄기세포 연구라는 것이다. 동물 난자와 사람 체세포를 결합시켜 괴물 복제배아를 만들고, 거기서 줄기세포를 추출한다는 것이다.

 이미 이 연구가 전 인류에 대한 심각한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국내외 경고들이 잇따르고 있는 와중에도 우리나라 어느 한편 연구실에서는 연구라는 미명으로 혹은 호기심으로 무분별하게 이루어진다고 하니 그야말로 생명윤리는 땅에 떨어진 느낌이다.

 창세기는 하느님께서 이 세상을 창조하면서 인간에게 숨을 불어넣으시고(창세 2,7) 모든 것을 살아 숨 쉬게 하신다는 것을 가르친다. 이는 생명이 하느님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임을 시사한다. 인간 생명이 인간 능력이나 기술로써 생겨난 것이 아니라 전능하신 하느님의 창조적 힘을 통해 생겨난 것임을 의미한다.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모든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께 인간이 감히 도전장을 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인간 생명을 어떤 특정 목적을 위해 만들어낼 수도 있고 또 그 생명을 상품화까지 시킬 수 있다고 하니 하느님 영역을 깊숙이 침범하고 있는 인간 오만의 극치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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