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아하! 생명윤리] 19. 인간 게놈 프로젝트

관리자 | 2008.12.15 23:14 | 조회 1744

[아하! 생명윤리] 19. 인간 게놈 프로젝트
유전자 정보 상업적 악용 우려

이동익 신부(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

 게놈은 세포나 한 생물 개체가 갖고 있는 유전정보를 말한다. 사람들은 자식이 부모를 닮았다는 것을 지극히 당연하게 여기면서도 그 이유에 대한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 상관관계는 부모와 자식이 갖고 있는 유전정보를 통해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의 유전정보는 주로 DNA라고 부르는 유전자에 기록돼 있다. 이 정보는 약 30억~35억 쌍의 염기배열을 이루면서 암호화돼 있다. 이 암호를 해독하면 지금껏 신비롭게만 여겨왔던 각종 생명 현상을 이해하고 질병의 생성과 소멸, 노화와 죽음이 어떻게 진행하는가를 보다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생명 설계도 작성이 가능하다고 한다.

 인간게놈 프로젝트는 바로 이런 목적을 갖고 인체 염기배열 지도와 함께 궁극적으로 인간 유전자 기능을 밝혀내면서 인간 질병 치료와 의약품을 개발하려는 대형 연구 프로그램이다.

 이를 위해 1985년 미국에서 인간게놈 해석을 주제로 한 회의가 처음 열렸다. 1990년 8월에는 미국 등 6개국으로 구성된 다국적 팀이 정식으로 미국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인간게놈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인간게놈 프로젝트 발표 후 2000년에는 다국적 팀과 미국 생명공학회사인 셀레라가 공동으로 인간게놈지도 초안을 발표했다. 2003년 4월14일 인체의 유전학적 설계도를 99.99% 정확도로 해독한 인간게놈지도가 완성돼 발표됐다.

 인간게놈 프로젝트가 목표로 하는 인간게놈지도 완성이 각종 질병의 예방과 치료 등 의학 분야에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는 크다.

 그렇지만 그러한 기대와는 달리 오히려 인간의 수많은 질병 원인을 유전적인 것으로 돌리려하는 유전자 결정론에 대한 심각한 윤리문제가 걱정된다. 유전적 원인을 가진 질병 치료방법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 현실에서 섣부른 진단이 가져오는 생명경시, 인권침해 사례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치료는 커녕 유전적 질병이 밝혀지면서 출생 전 낙태라든가 보험이나 고용 등에서 사회적 차별, 유전자 정보의 상업적 악용이 먼저 우리 사회를 혼란케 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인간게놈 프로젝트의 완성 발표 이후 국제연합 유네스코가 채택한 '인간 유전자 데이터에 관한 국제선언문'의 다음 대목을 상기해본다.

 "인간 유전자 데이터는 개인의 인권이나 기본적 자유,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려는 의도나 차별하려는 목적, 개인이나 가정, 집단에 대한 낙인으로 귀결되는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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