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아하! 생명윤리] 17- 태아진단

관리자 | 2008.12.15 23:13 | 조회 1278

[아하! 생명윤리] 17- 태아진단
성별 진단하는 수단으로 악용

이동익 신부(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

 장애아 임신에 대한 두려움으로 상담을 요청하는 부부들 전화를 받는 때가 가끔 있다.

 어느 날 임신 16주된 부부의 전화를 받았다. 산부인과에서 정기검진 결과 "태아가 기형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의사 얘기를 듣는 순간 새 생명을 기다리던 기쁨은 모두 사라지고 충격과 혼란, 두려움에 휩싸였다고 한다.

 천주교 신자로서 낙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익히 잘 알고 있는 터라 아마 부부의 혼란스러움은 한층 컸을 것이다. '왜 태아진단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임신기간 중 정기 검진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자연스레 응했다는 부부는 그 결과가 이렇게 비참하고 충격적일 줄 몰랐다며 울먹였다.

 태아진단이란 뱃속 아기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지를 진단하는 것이다. 태아의 기형이나 염색체 이상, 건강상태를 알아낼 수 있는 진단이다. 양수 검사, 초음파 검사, 산모의 혈액 검사 등을 통해 태아가 정상아로 자라고 있는가를 비롯해 태아의 성별을 파악할 수 있다. 또 최근에는 유전자 및 건강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해 임산부에게는 일반적 정기진단이 돼버린 듯하다.

 출생 전 태아진단은 그 자체로는 윤리적으로 악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태아의 생명과 존엄성을 지키고 태아를 보호하거나 치료할 목적으로 행해진다면 태아진단 행위는 긍정적일 수 있다. 문제는 태아진단이 윤리적으로 결코 용인될 수 없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데 있다. 남아선호사상이 여전한 우리 사회에서 이 방법은 여아의 낙태 증가를 심화시킬 뿐더러 유전적 결함이나 기형 등 진단에 따르는 산모 고통과 태아 죽음으로 우리 사회를 점점 더 죽음 에로 몰아간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에 봉사하면서 영원한 생명으로 나가도록 불림받은 사람이다. 이웃은 가장 미약한 이들이며, 태아도 명백히 우리 이웃이다. 태아진단 결과로 태아에게 어떤 도움이나 치료가 거의 이뤄지지 못하는 현실에서 산모에게 혼란과 고통을 주고 또 태아의 죽음만을 초래한다면 이런 태아진단은 명백히 거부해야 한다.

 임산부들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임신 16주에 진단을 받으러 병원에 오라는 요청을 받는다면 "나는 그 진단을 받지 않겠습니다"고 정중하게 거절할 수 있는 임산부가 되자는 제안이다. 왜냐면 태아진단 결과가 충격적이라고 하더라도 달라져야 할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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