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모닝필이 청소년 임신 예방을 위한 대안이 되는가?

관리자 | 2008.12.15 23:17 | 조회 1489

모닝 애프터 필 성폭행 임신 예방의 대안이 되는가?
모닝필이 청소년 임신 예방을 위한 대안이 되는가?
남경옥 / 약사, 천주교 대구 교구청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는 98년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응급 피임 사업을 실시하겠다는 발표를 하였다. 증가하는 10대 청소년들의 임신, 출산 사건에 대한 대안으로 성폭행 피해자의 신고에 의해 보건소 등에서 비공개로 이 약을 제공할 것이며, 현재 이 모닝필은 시판되고 있지 않으나 이 사업용으로 특별 수입된다고 한다. 결국 모닝필을 청소년들에게 보급함으로써 청소년 임신, 출산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

모닝필이 청소년 성문제 예방에 대안이 될 수 있는가를 말하기에 앞서 우선 “임신”이라는 말의 정의부터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모닝필이 피임약이라고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은 임신의 시점을 정자와 난자의 수정(fertilization)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수정한 난자가 자궁에 착상(nidation)한 시점으로 본다. 따라서 착상하기 이전의 수정란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고, 착상전의 수정란에 가해지는 어떤 행위도 낙태 행위로 간주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난자와 정자가 수정하는 순간부터 이 수정란은 인간이다. 이것은 살아있으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개구리나 닭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인간으로 성장하는 살아있는 생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임신은 수정되는 바로 그 시점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고 수정된 이 생명체에 가해지는 어떤 행위도 낙태로 간주해야 한다.
“모닝필은 조기 낙태제이다”

모닝필이 낙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은 이 분야에 조금이라도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하는 내용이다. 이것은 ‘성교후 피임약’으로도 불린다. 즉 특별한 성분으로 구성된 모닝필이라는 이름의 약이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라 성관계를 가진 후에 임신 방지를 목적으로 복용한다고 하나 결과적으로 이미 이루어진 임신의 종결을 초래하는 효과를 발휘하는 약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정확하게 표현하면 임신을 예방하는 차원이라기 보다는 이미 수정이 이루어져 임신이 된 상태에서 이를 조기에 종결시키는 낙태제라고 해야 한다.

모닝필의 작용 범위는 대략 세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배란 지연 혹은 억제의 기능이다. 이 경우는 임신 예방의 차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기치 않은 성관계후 2-3일 내에 배란이 예상되는 경우 정자는 길게는 3-5일 정도 체내에서 생존할 수 있으므로 그 기간동안 배란을 억제 혹은 지연시킴으로써 수정 자체를 막는 것이다. 둘째는 정자나 수정란의 난관 통과를 방해하는 작용이다. 성관계 직후에 모닝필을 복용함으로써 정자의 운동성을 약화시켜 난자의 생존기간내에 난자에 이르지 못하게 하거나 난자의 난관 통과를 방해하는 작용이다. 다음은 수정란의 착상전 혹은 착상 후라도 자궁 내막 상태 유지에 필수적인 호르몬을 차단함으로써 수정란의 착상을 막거나 이미 착상하여 성장하고 있는 태아의 조기 낙태를 초래하는 작용이다. 그렇다면 굳이 기존의 피임약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닝필”이라는 약을 수입까지 해서 보급하려는 이유는 위의 첫째 둘째의 임신 예방의 차원이라기 보다는 이미 이루어진 임신에 대해 보다 효과적으로 조기 낙태를 유도함으로써 청소년들의 임신, 출산을 막아보겠다고 하는, 가시적인 결과에만 급급한 근시안적인 조치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모닝필이 청소년 임신 예방의 대안이 되는가”
우선 미국의 경우를 보면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보다는 성에 대해 훨씬 개방적인 것이 사실이고 십대들의 성문제로 고민해 온것도 그 역사가 더 길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그런 문제에 대처해 나가는 것을 보면 미국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고 또 그런 기존의 교육을 이미 실패로 인정하고 다른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우리는 그 선례를 그대로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콘돔은 임신과 성병 예방을 위해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많은 사람들은 콘돔을 많이 유통시키면 혼외 임신과 불법적인 낙태, 그리고 치명적인 성병의 전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떠한가. 문란해진 성관계로 인해 사생아가 늘어나고 가정이 파괴되고 자녀들이 버려지며 성병은 오히려 폭증하고 있다. 더 많은 사회 문제들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위의 문제에서 우선 생각해야 할 것은 모닝필의 보급 대상이다. 보건 복지부는 성폭행 피해자들이 대상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임신과 출산으로 문제가 되는 10대중 성폭행의 결과로 임신을 하게 된 사례가 과연 몇 퍼센트나 될 것이며, 성폭행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그렇다면 일부 청소년들이 문란한 성관계에 의해 임신을 했을 경우 이들이 모닝필을 요구한다면 이들에게는 절대로 모닝필이 보급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어차피 청소년 임신 출산 사고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라면 분명히 그들에게도 모닝필이 보급될 것이다. 또 그렇게 임신을 피한 청소년들이 다음에는 절대로 성관계를 함부로 갖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결국 오히려 문제를 더욱 심각한 지경으로 끌고갈 뿐이다. 국가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겠으니 마음놓고 성을 즐기라고 부추기는 꼴이다.

다음은 모닝필의 오남용 가능성 문제이다. 모든 약은 원하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해진 복용량과 복용 시기가 있기 마련이다. 특히 여성의 몸에, 아기의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모닝필같은 약물은 더욱 그러하다. 탈리도마이드형 기형(四肢 발달 이상 기형)을 유발할 가능성을 가진 RU-486도 한때는 모닝필로 사용된적이 있음을 안다면 그 사용에 더욱 신중해 져야 할 것이다. 원치않는 임신을 한 청소년들이 임신 여부나 임신 진행 경과에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오?남용할 경우 유발될 수 있는 합병증 혹은 기형아 발생 가능성 등도 반드시 존재하고 있다.

모닝필의 보급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조기 낙태제이며 인간의 생명을 경시하는 정신 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는 것과 함께 청소년들 사이에 불건전한 성문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데 있다. 근래에 신문 지상이나 TV를 통해서 여중생, 여고생이 가족들조차도 알지 못하는 가운데 임신 중에 있었다든지 출산을 하는 보도가 연일 보도된 적이 있다. 그런 보도는 같은 또래의 청소년들에게 적잖게 충격과 경각심을 일깨워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닝필이라는 해결책(?)을 만들어줌으로써 문란하고 무책임한 성의 사용을 더욱 부추기게 될 것이고 오히려 십대들의 무분별한 낙태 건수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보다 근본적인 성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자동차 운전을 잘못하여 사고를 낸 사람에게는 사고처리를 신속하게 해주는 것보다는 앞으로의 더 많은 사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자동차를 운전하는 법을 다시 철저하게 가르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기술적인 것뿐만이 아니라 윤리적인 측면, 상식적인 측면도 포함되어야 한다.

청소년들이 무분별하게 성관계를 갖고 임신을 하게 된 것은 그들이 남녀의 성관계로 아기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혹은 철저한 피임법을 배우지 못해서가 아니다. 바로 성(性)을 올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사고를 낸 청소년들에게 억울하게 사고를 당한(?) 사람들의 경우 비밀리에 해결책을 제시해 주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누구라도 한 번쯤 매달려보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다시 미국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미국에서도 의무적인 제도권 성교육을 가장 먼저 실시한 주는 워싱턴 D.C.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최근 십대 임신율과 낙태율이 가장 높은 주가 바로 워싱턴 D.C.이기도 하다. 1960년에서 1991년, 약 30년동안 미국내에서는 낙태 800%, 사생아 출산율 457%, 성병 발병율 245%, 십대 자살 214%, 청소년 폭력 295%가 증가했다(1990년 미 상무성, Bureau of the Census). 이것은 제도권내의 피상적인 성교육, 생물학적인 성교육, 콘돔과 피임법을 교육해온 미국의 전반적인 성교육 내용이 실패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재 보건 복지부는 피임약(낙태약)을 청소년들에게 보급함으로써 십대 임신과 출산의 대안을 마련해보겠다고 하지만 그것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미국과 같은 전철을 밟을 경우 다음 대안은 무엇일까? 행여 유치원부터 콘돔 교육을 실시하겠다거나 임신을 원치 않는 청소년들에게 비밀리에 불임 수술을 무료로 시술해주겠다고는 하지 않을까?
“보다 개별적이고 가정 지향적인 성교육이 필요하다”

(한국 천주교 중앙협의회 발행 1997년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 3호 중 교황청 가정 평의회 가정 교육 지침 『인간의 성(性), 그 참모습과 참뜻(The Truth and Meaning of Human Sexuality, 1995.12.8)』참고) 교육이라는 것은 오늘 씨를 뿌리고 내일 열매를 바라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늘 씨를 뿌리고 내일 물을 주고 키워서 우리 세대에 열매를 맺지 못하더라도 보다 먼 장래를 내다보고 계획할 수 있어야 한다. 성교육은 모든 교육의 근본이다.

바로 생명과 사랑에 대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성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치(Value)이다. 가치 중립적인 성교육은 있을 수 없다. 윤리와 도덕이 결여된 성교육은 오히려 악영향만 끼친다. 많이 알수록 좋은 것도 있지만 성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알 것은 알아야 하지만 몰라서 더 좋은 경우가 더 많다. 수음이나 동성애, 수간 등이 그러하다.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호기심만 부추길뿐이고 모르고 지나치면 그 이상 바람직한 것은 없다. 그러나 성기관에 대한 지나치게 자세한 교육, 비정상적인 성행위에 대한 이야기, 다양한 피임법에 대한 설명 등이 제도권내의 성교육에 으레 따라 다니는 내용이다. 그것도 개별적인 성장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내용을 많은 학생들을 모아놓은 교실에서 일시에 실시하고 있다.

성교육은 보다 개인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갑에게 너무나 절실한 문제가 또래의 을과 병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이것이 가정 지향적인 성교육이 필요한 주된 이유이다. 개인적인 필요나 성장 단계에 따라 교육이 이루어 져야 하며, 성의 사용에 윤리와 도덕적 판단과 책임이 항상 따라야 한다는 것을 가정 안에서 보고 느끼는 것이 가장 건강한 성교육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가장 이상적인 경우이고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보건 복지부나 가족 계획 협회에서는 피임약(낙태약) 보급이라는 근시안적이고 위험한 시도를 계획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성문화가 근본부터 다시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부모와 청소년들이 함께 만나 성을 이야기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교사와 학생이 개별적인 차원에서 성문제를 풀어놓고 해결책 내지는 도움을 줄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더 현명한 대안일 것이다. 그래서 성(性)을 ‘어둡고 부끄럽고 무분별하게 즐기는 것’에서 ‘아름답고 생명을 창조할 수 있는 축복’으로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지금이라도 보다 근본적인 해법으로 돌아가는 것이 현재의 청소년들과 차세대의 청소년 그리고 이 사회의 보다 올바른 성문화 정착을 위한 건강한 시도가 될 것이다. ▣
<낙태반대연합 홈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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