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아하! 생명윤리] 37- 731부대

관리자 | 2008.12.15 23:17 | 조회 1440

[아하! 생명윤리] 37- 731부대
909호 발행일 : 2007-02-18

이동익 신부(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

"나는 주사 바늘을 살균 소독도 하지 않은 채 요추 신경을 마취하려는 의사에게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는 그를 죽이려는 거야'하고 대답했다. 그들은 이내 그 마취 장난을 멈췄다. 수십 명의 중국인이 모두 발가벗긴 상태로 온 몸에 물벼락을 맞은 채 살인적 추위 속에서 밤새도록 방치됐다. 아침까지 살아남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것은 살아 있는 인간을 대상으로 행한 일종의 동상 실험이었다. 731부대 의사들은 추위에 저항력이 강한 사람들 피부를 벗겨내 견본을 만들어 수집했다."

 이 내용은 731부대 실상을 파헤친 한 보고서의 증언이다. 731부대는 1936년 일본제국 관동군 관할 구역 내 방역 및 급수 업무를 실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치됐다. 당시 중국인과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온갖 생체 실험을 자행하고, 세균을 일부러 살포하거나 세균 폭탄을 터뜨려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인류 역사상 가장 비인간적 범죄 집단으로 역사에 기록돼 있는 부대다.

 우리에게는 마루타로 알려진 실험대상자들에게 산 채로 세균을 투입하는 세균 실험이라든가 산 사람을 냉동실에 넣어 동상 실험까지 했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731부대의 생체 실험과 세균전에 희생된 중국인과 한국인, 러시아인은 확인된 숫자만 58만 명이며, 전체로는 1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하니 그 끔찍함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끔찍한 것으로 기록될 것이다.

 일본군이 마루타들을 대상으로 자행한 생체 실험, 동상 실험, 세균 실험, 외과 수술 등이 그들에게는 연구와 실험이라는 미명으로 포장됐고, 전쟁 후에는 그들이 확보한 연구 자료들이 일본 화학 및 생물학 기술에 진보를 가져다주었다니 과학 발전을 위한 연구와 실험이 그렇게 잔인할 수가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마루타들에 대한 개별적 살해에서 대량 학살에 이르기까지 731부대가 시도한 다양한 실험은 당연히 범죄 행위이다. 실험대상으로서 인간은 통나무(마루타)로 불렸고, 그들의 생명과 인권은 실험용 쥐보다도 못했으니 어떻게 우리가 과학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형태의 연구와 실험에 한계가 필요 없다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오늘날은 731부대 만행과도 같은 생체 실험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생명의료 분야에 파고드는 개인주의, 다원주의, 상업주의는 실험과 연구를 검토하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731부대의 잔혹한 만행보다 더 끔찍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간 배아에 대한 실험과 조작, 복제 배아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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