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아하! 생명윤리] 33-연명치료 중단

관리자 | 2008.12.15 23:16 | 조회 1471

[아하! 생명윤리] 33-연명치료 중단
905호 발행일 : 2007-01-21

이동익 신부(가톨릭대 의과대학 교수)

 의사가 회복 불가능한 말기 환자의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도 있을까. 몇 년 전 대한의사협회가 공포한 '의사윤리지침'에서 이 내용이 사회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연명치료란 임종 중에 있는 말기 환자의 생명을 일시적으로 연장하는 의료적 조치일 뿐 본연의 의미에서 치료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인위적 수단으로 죽음의 시간만을 연장하는 방법이 오히려 환자에게 고통만 더하고 그에 따르는 경제적, 사회적 부담과 손실이 너무 큰 만큼 연명치료 중단은 허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환자 가족들이 이 문제로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의식 없이 오랜 기간 동안 오로지 인공호흡기에만 의존해 생명을 연장하고 있는 임종환자에게 연명치료 방법인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가의 문제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교황청 보건사목평의회가 1995년 발표한 '의료인헌장'은 이렇게 말한다. "사실 현대 의학에서는 환자에게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인공적 생명 연장 방법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 방법은 단지 사람을 살아 있게 하는 것 또는 혹독한 고통이라는 더 큰 대가를 치르면서까지 일시적으로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른바 '의료집착'으로 인공적으로 환자의 고통을 연장시켜 환자들을 더 고갈시키고 고통스럽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임종자의 존엄성과 죽음을 받아들여 궁극에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맞이하는 도덕적 의무에도 반하는 것이다. 죽음은 인간 생명의 엄연한 일부이다. 그러므로 이로부터 달아나고자 무가치하게 생명을 연장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119항).

 임종환자가 인간적이고 그리스도적 존엄성을 지니고 평화롭게 죽을 수 있는 환자의 기본적 권리를 떠나 의료집착적 기술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생명을 위임한다는 것이 오히려 생명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가톨릭교회의 윤리적 판단이다.

 회피할 수 없는 죽음이 임박할 때, 환자는 불확실하고 고통스러운 생명의 연장만을 의도하는 치료 행위를 양심의 결정으로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혼돈하지 말아야 할 것은 환자가 계속 치료를 요구하는 데도 의사가 이를 거부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치료받을 권리는 언제나 존중돼야 하며, 환자에게 요구되는 정상적 간호라든가 기본적 치료를 거부하거나 중단해서는 안 된다.

 의사들은 자신들이 돌보는 환자들 중에 완치될 수 없는 환자가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완치될 수 없는 환자가 곧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환자라는 뜻은 아니다. 이 경우 최소한이라고 부르는 통상적 치료수단의 사용은 항상 의무로 남아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의료인들이 이러한 수단의 사용을 무분별하게 중단한다면 이는 사실상의 안락사가 될 것이다. (교황청 신앙교리성, 「안락사에 관한 선언」 참조)
평화신문 기자 pb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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