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성명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

관리자 | 2008.12.15 23:16 | 조회 1233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全文)






1. 가톨릭 교회는 체세포복제배아연구를 포함하여 인간 생명인 배아를 파괴하는 어떤 종류의 배아연구도 반대한다.

가톨릭 교회가 배아를 파괴하는 연구를 반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배아 역시 인간 생명이기에, 배아 파괴는 결국 살인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을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2. 가톨릭 교회는 현재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개정과 관련하여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 배아연구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심히 우려하고 있다.

즉 체세포복제배아연구를 한시적으로 금지하고 기초기술을 높인 후에 복제배아를 허용하자는 안과 엄격한 관리 하에 체세포복제배아연구를 제한적으로 허용하자는 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가톨릭 교회는 결국 인간 생명인 배아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파괴하게 되는 이 두 가지 방안 모두 찬성할 수 없다.




3. 가톨릭 교회는 과학과 기술의 진보를 그 자체로 긍정적으로 보며 “하느님께서 주신 인간의 놀라운 창조적 능력의 산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거듭 강조” 해 왔다(간추린사회교리 457항). 그러나 모든 과학적 기술은 “인간의 존엄을 존중하고 충만히 실현하는 도덕적 가치들”에 종속되어야 함은 명백한 진리이다(간추린 사회교리 458항). 따라서 인간 생명을 수단으로 삼고 파괴하는 연구를 통한 과학 기술의 진보는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




4. 또한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배아 파괴를 합리화하기 위해 배아가 인간이 아니라는 일부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인간은 임신된 순간부터 인간으로서의 도덕적 지위를 지닌다는 것은 오랜 교회의 가르침이며 철학적이고 사회적인 가치로서도 오랫동안 받아들여져 왔다. 발생학적으로도 인간은 수정된 순간 아버지의 것도 아니고 어머니의 것도 아닌 46개의 염색체를 가진 고유한 인간생명체로 형성되며, 그 순간부터 인간 이외에는 다른 생명체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이 지속적으로 유전적 동일성을 지닌 존재로 살아가게 된다. 따라서 수정된 순간부터 인간 생명은 시작된다고 보아야 한다.




5. 지난 2005년 6월 4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입장”라는 제목의 글에서 체세포복제배아연구를 반대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힌 바 있다.



첫째, 난치병 치료를 위한 치료를 위해서라고 해도, 인간 생명인 배아를 파괴하는 일은 인간의 존엄성을 거스르는 일로서 윤리적으로 결코 허용될 수 없다.

둘째, 배아복제연구는 복제인간의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시키고 인류에게 재앙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셋째, 배아 생산과 복제를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난자 확보에 수많은 윤리적인 문제가 따르게 된다. 특히 난자 매매 가능성, 난자 채취에 따르는 부작용과 위험(난소 손상, 영구 불임, 생명의 위험)이 따르는 것, 그리고 여성의 몸이 생물학적 도구로 전락하는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




6. 또한 가톨릭 교회는 난치병 치료연구를 위한 대안으로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고 안전하며 이미 임상적으로 효능을 발휘하고 있는 성체줄기세포를 활용하기를 촉구해 왔다. 가톨릭 교회는 생명위원회를 통해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통한 난치병 치료 연구를 재정적으로 지원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또한 정부와 학계에서도 배아줄기세포 연구 대신 성체줄기세포연구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해 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7. 그동안 정부와 언론은 황우석 사태를 통해 배아줄기세포연구를 통한 치료제 개발을 과장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생명현상은 단순하지 않으며 체세포복제 배아연구를 통해 면역학적 거부현상 없이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도 이론적 가능성일 뿐 수많은 한계와 문제점이 있음을 인정하는 목소리도 전달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황우석 사태를 통해 인간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수많은 윤리적 문제점들을 안고 있음이 명백히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를 강행하려는 이유는 치료 목적보다는 인간의 생명을 특허의 대상으로 삼는 등 불순하게도 상업적으로 활용하려 한다는 지적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그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난치병 치료제가 개발되어 실용화 된다 해도 궁극적으로는 그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비쌀 것으로 예상되어 이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8. 선진국들도 배아줄기세포를 연구하고 있고, 결국 기술의 진보를 통해 현재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하고 난치병 치료제를 얻게 될 경쟁을 포기할 수 없으므로 계속 연구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경제적 논리에 바탕을 둔 주장일 뿐 한 인간 생명을 고치기 위해 다른 약한 인간 생명을 파괴한다는 윤리적 한계를 넘어설 수 없다. 그동안 선진국에서는 윤리적인 지침을 따르기 위해 체세포복제배아연구를 제한해 왔었다. 그런 제한 없이 불법적으로 난자를 기증 받아 배아연구를 하고 논문을 조작해서 발표한 황우석 사태 이면에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라면 인간으로서 따라야 할 도덕률도 무시할 수 있다는 우리 사회의 물신숭배의 슬픈 자화상이 담겨있다. 우리 사회가 도덕적으로 진보하기 위해서라도 배아줄기세포 연구를 포기하기를 촉구한다.




9. 가톨릭 교회는 앞으로도 생명과학이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인간에게 봉사하는 도구로서 발전할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나라가 인간 생명이 수정된 순간부터 자연적인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모든 인간의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사랑하며, 봉사하는”(생명의 복음 5항) 사회가 되어 생명의 문화를 꽃피우도록 기도하고 노력할 것이다.




2007년 2월

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위원장

염 수 정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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