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박정우 신부의 생명칼럼] 8.난치병 치료, 성체줄기세포 연구가 대안

관리자 | 2008.12.15 23:23 | 조회 1346

[박정우 신부의 생명칼럼]
[8.난치병 치료, 성체줄기세포 연구가 대안
생명 파괴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

6월 20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인간 배아줄기세포에 대한 의학적 연구를 위한 연방 기금 확대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대신 성체줄기세포 등과 같은 다른 줄기세포들에 대한 연구활동을 강화하라고 연방 기구들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이라크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인명의 죽음을 초래한 부시 대통령이 도덕적인 이유로 인간 배아 파괴를 반대한 것이 앞뒤가 맞지 않지만 가톨릭교회로서는 그의 거부권 행사가 환영할 일임은 분명하다.

생명과학자들이 난치병 치료를 명분으로 체세포 복제 배아연구 확대를 시도하고 있지만, 가톨릭교회는 여러 차례에 걸쳐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윤리적 문제를 밝힌 바 있다. 특히 2005년 6월 황우석 논문과 관련해서 발표된 한국 주교회의 성명에서는 배아줄기세포연구의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세 가지로 지적하고 있다.

첫째, “비록 복제된 배아라 해도 이는 분명 인간 생명이며, 따라서 인간배아에 대한 실험, 조작은 인간 존엄성을 거스르는 행위”이다. 따라서 난치병 환자를 위한다는 명분이 있더라도 “배아 파괴를 전제하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결코 허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복제된 배아가 자궁에 착상되어 복제인간이 태어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복제인간의 출현은 “생명을 유린하고,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시키는 처사이며, 인류에게 수많은 재앙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난자를 채취당하는 여성들이 생물학의 기능적 역할을 하는 도구로 전락하게 되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하다는 것이다. 몇 개의 복제배아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난자를 필요로 하게 되는데, 그런 과정에서 여성의 심리적·신체적 건강은 도외시한 채 여성의 몸을 실험용 난자 공급을 위한 도구로서 이용한다. 무엇보다 호르몬제 투여와 여러가지 검사로 인한 부작용으로 난소가 손상되거나 영구 불임, 전신마비, 생명의 위험 등 부작용 발생의 위험이 큰 것이 문제다.

요약하면 난자와 인간 배아를 포함해서 인간의 생명은 언제나 단순한 수단·대상이 아니라 목적·가치로 대해야 한다는 가장 근본적인 윤리가 인간복제와 배아 파괴를 통해서 무너지기 때문에 교회는 이를 반대하는 것이다.

서울대교구는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기대를 걸고 있었던 난치병 환자들이 치료를 위해서는 윤리적 논란에서 자유로운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100억 모금계획과 함께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산하 가톨릭세포치료사업단을 설립해 적극적으로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성체줄기세포는 이미 백혈병 치료에 널리 쓰이는 골수를 비롯하여, 제대혈(탯줄 혈액), 양수, 피부 등에서 체취되기 때문에 생명 파괴와 같은 윤리 문제가 없다. 성체줄기세포는 배아줄기세포에 버금가는 분화능력을 지니고 있음이 밝혀져서 더욱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톨릭의대 신경외과 전신수 교수팀은 2005년 4월초 팔·다리가 마비된 40대 중증 척수손상환자에게 제대혈에서 체취한 줄기세포를 주입, 2개월이 지난 후 환자의 허리에 힘이 들어가는 등 개선현상이 일부 관찰됐다는 임상성과를 발표했었다. 2005년 6월에는 보건복지부가 기존 치료법으론 정상적인 생활이 힘든 뇌경색과 버거씨병 등 혈관성 난치병환자 74명을 대상으로 환자 자신의 골수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 치료한 결과 64명에서 치료효과가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2006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UCLA)의 연구자들이 지방조직에 있는 성체줄기세포를 근육세포로 바꾸는 데 성공, 혈관과 방광을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증명했다고 보고됐고, 심지어 최근에는 국내에서 안면함몰증 환자에 대해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지방이식 성형수술이 효능이 있다는 것이 발표되었다.

정부는 체세포 배아복제 연구를 위한 생명윤리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고, 수백 억의 돈을 배아줄기세포연구에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어서 가톨릭교회의 배아연구 반대 운동과 맞부딪히고 있다. 정부와 과학계는 인간 생명 파괴라는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배아줄기세포 연구 시도를 중단하고, 난치병 환자를 위한 성체줄기세포 연구를 적극 지원하기를 촉구한다.

박정우 신부(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가톨릭 신문, 기사입력일 : 2007-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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