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박정우 신부의 생명칼럼] 5.생명관련 교회문헌 읽기 운동

관리자 | 2008.12.15 23:23 | 조회 1265

[박정우 신부의 생명칼럼] 5.생명관련 교회문헌 읽기 운동
교회 가르침에 관심갖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는 6월 5일부터 4주간 제3회 생명관련 교회문헌읽기 모임을 실시하고 있다.

작년에는 두 차례에 걸쳐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생명의 복음(1995)’과 교황청 보건사목평의회에서 펴낸 ‘의료인 헌장(1995)’을 읽은 바 있다. 이번에는 ‘인간 생명(1968)’, ‘인공유산 반대 선언문(1974)’, ‘생명의 선물(1998)’, ‘인간 복제에 관한 성찰(1997)’, ‘이종이식의 전망(2001)’ 등 교황청에서 발표한 총 9개의 문헌을 함께 읽게 된다.

교황청에서 발표하는 문헌들은 가톨릭 신자라면 당연히 지키고 따라야 할 내용을 전해주는 규범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교황님들의 회칙, 교서나 교황청 기관에서 나오는 지침들을 주의 깊게 읽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필자 역시 신학교 시절 수업시간에 교회 문헌들에 대해 배운 이후 사제가 되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고 겨우 교회 신문이나 잡지에서 간략하게 소개되는 내용만 읽어보는 정도였다.

생명문제에 관해서도 교황청에서 많은 문헌을 발표하고 윤리적 지침을 내리고 있다는 것을 생명위원회 활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잘 몰랐었다. 특히 전통적인 생명윤리의 문제인 피임, 낙태 및 안락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배운 바 있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생명공학의 발전과 함께 대두되어온 다양한 생명윤리 이슈들과 그에 따른 교회의 가르침에 대해서는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사실 많은 교우들이 생명과 관련된 교회 문헌을 접할 수 있도록 교회가 더욱 애써야 할 의무가 있다.

생명과 관련된 교회의 가르침 중 가장 중요한 문헌은 1995년에 발표된 교황 회칙 ‘생명의 복음’이다. 우리가 자주 듣는 ‘죽음의 문화’와 ‘생명의 문화’가 바로 이 회칙에 나온다. 이 회칙은 현대 세계에서 인간 생명을 위협하는 죽음의 문화로 인한 사회 경향들, 특히 낙태·인공 생식·배아 실험·태아진단·안락사 등의 폐해를 지적하고 그 모순의 뿌리로서 하느님 의식과 인간 의식이 실종된 세속주의, 왜곡된 자유 개념 등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의료인 헌장’은 생명의 봉사자인 의료인들에게 출산·생명·죽음이라는 세 영역에서 생겨날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주는 문헌이다. 유전자 조작, 인공출산, 태아진단, 인간에 대한 연구와 실험, 장기 이식, 말기 질환, 존엄한 죽음, 낙태, 안락사 등을 다루고 있다.

‘인간 생명’은 인공피임 금지를 선언한 바오로 6세의 회칙이다. 서구의 1960년대는 경구 피임약의 발명과 함께 출산과 양육의 의무에서 여성이 해방되어 자유롭게 사회활동을 할 수 있으리라는 소위 여성해방의 분위기가 고조되고, 전세계적인 출산조절 정책 바람이 불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교회의 개방 분위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교회가 인공피임을 허용하리라고 기대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1968년에 발표된 이 회칙은 인공피임은 부부의 성적 사랑을 통한 인간 생명의 전달이라는 혼인을 제정하신 하느님의 계획과 자연법에 어긋나며 산아 조절을 위해서는 자연주기법만을 이용하라고 권고함으로써 서구 사회에 큰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생명의 선물’은 ‘인간 생명의 기원과 출산의 존엄성에 관한 훈령’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으며, 생명 의학 분야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제기되는 태아 진단, 인간 배아에 대한 조작 및 실험, 체외수정, 대리모 등의 문제들에 대한 윤리적인 대답을 제시하고 있다.

오늘날 생명의 존엄성이 위협받고 있고 그 이면에는 인간 생명의 주인이신 하느님에 대한 의식을 잃어가는 현세의 물질만능주의, 이기심 등 그릇된 가치관이 자리 잡고 있다. 교회는 성경과 거룩한 전승에 근거하고,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여 신앙과 도덕의 문제에 대해 권위 있게 가르칠 수 있는 권한, 즉 ‘교도권’을 통해 신자들과 모든 선의를 지닌 이들에게 올바른 가치 판단을 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신앙인들이 생명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에 좀 더 관심을 갖고 배움으로써 생명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동참하기를 바란다.

박정우 신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가톨릭 신문, 기사입력일 : 2007-06-17
twitter facebook
댓글 (0)
주제와 무관한 댓글, 악플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