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박정우 신부의 생명칼럼] 4.임신부 축복미사

관리자 | 2008.12.15 23:23 | 조회 1339

[박정우 신부의 생명칼럼] 4.임신부 축복미사
“아기는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

지난 5월 28일 서울대교구 가정사목부와 생명위원회는 생명의 날 기념으로 태교음악회와 임신부 축복미사를 공동 주최하였다. 주최 측은 걷기도 힘들 것 같은 임신부들이 얼마나 많이 참석할까 걱정하였다. 그런데 출산을 앞두고 하느님의 축복을 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인지 임신부만 무려 540명 정도가 참석해서 깜짝 놀랐다. 자신의 부른 배를 어루만지며 진지하게 음악을 듣거나 기도하는 생명력 가득한 임신부들의 모습에서 신성함마저 느껴졌다. 미사를 주례하신 정진석 추기경님도 명동성당을 가득 메운 배부른 예비엄마들의 모습이 기특했는지 편안하고 재밌는 분위기의 강론으로 임신부들을 격려하며 긴 덕담을 쏟아내셨다.

추기경님은 먼저 성모송에 나오는 “은총을 가득히 받은 마리아님, 기뻐하소서”라는 가브리엘 천사의 인사말과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에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라는 엘리사벳의 인사말을 인용하시며, 두 여인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생명을 잉태하셨듯이, 이 자리에 참석한 임신부들도 참으로 은총을 많이 받았다고 강조하셨다. 사실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내게 이루어지소서”라고 응답한 마리아처럼 모든 어머니들은 임신과 출산의 과정에서 하느님의 창조사업에 순명하고 동참하는 복된 협력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추기경님은 또한 “얼룩송아지는 누굴 닮았죠?”라는 질문으로 웃음을 자아내며 얼룩송아지가 얼룩소를 닮듯이 어머니의 언행과 마음가짐이 아기에게 그대로 전달되므로 어머니의 태교와 모범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어떤 위대한 인물도 어머니를 통해서 태어나고 양육되지 않은 사람이 없으므로 훌륭한 어머니가 되도록 마음가짐을 잘 하라는 것이다. 또한 우유가 아니라 모유를 먹여야 아기에게 필요한 영양과 면역기능이 다 전달될 수 있고 모유를 먹는 동안 듣게 되는 어머니의 심장고동 소리가 아기에게 가장 편안한 소리이며 태교라며 모유 수유를 강조하셨다.

추기경님 강론 중에 가장 마음에 크게 와 닿은 내용은 “우리가 아기를 만들었다”라는 표현은 옳지 않으며 “아기는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라는 점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생명을 선물로 주셨다고 믿는다면 우리는 그 선물을 참으로 감사하고 소중하게 여길 것이다. 그리고 그 선물이 설사 내가 원하는 것과 다르더라도 내게 가장 필요하고 잘 어울리는 것을 주셨다고 믿고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어떤 조건의 아기를 하느님께서 주시더라도 사랑으로 키워야할 책임이 부모와 가족들에게 있다.

그러나 아기를 자신이 만든다고 생각하면 출산을 거부하거나 생명을 조작하고 파괴하는 일도 가능하게 된다. 유전자 검사나 초음파 검사 등으로 여아나 장애가 예상되는 아기를 낙태하는 등 생명을 선별하려는 행위는 생명의 주관자이신 하느님을 부정하고 자신이 아기 생명의 주인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더구나 생명을 산업적 도구로 삼는 생명공학은 생명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고 파괴하는데, 앞으로 유전자 공학이 더욱 발달하면 사람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아기를 ‘만들기’ 위해 유전자를 조작하여 틀에 박힌 미남 미녀 천재들만을 양산해 낼 지도 모른다. 이런 행위들에는 하느님의 영역에 속하는 생명을 한낱 인간이 마음대로 해도 좋은 도구적 이성의 대상으로 환원시키고 생명에서 존엄성과 거룩함이라는 초월적 특성을 빼버린 경박한 과학만능주의와 자본주의라는 근대 문명의 한계가 반영되어 있다.

탄생에서 죽음까지 한 인간 생명의 삶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계획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신비이다. 부부는 하느님 신비의 협조자로서 세상에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인 새 생명을 탄생시키고 사랑으로 그 생명을 꽃피우는 소명을 갖게 된다. 그 소명 안에서 그들은 세상이 줄 수 없는 놀라운 하느님의 은총을 체험하게 된다.

임신부 축복 미사 직후 공동 집전한 신부님들은 아기의 무사한 탄생을 기원하면서 안수를 통해 축복의 기도를 해주었다. 머리를 숙이고 부른 배를 만지며 아기의 건강과 축복을 비는 젊은 어머니들의 간절하고 사랑 가득한 마음이 전해져서 안수를 주는 사제들의 마음도 숙연해졌다.

박정우 신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가톨릭 신문 기사입력일 : 2007-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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