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박정우 신부의 생명칼럼] 2.장애인은 세상에 태어날 권리 없나?

관리자 | 2008.12.15 23:22 | 조회 1328

 

 


[박정우 신부의 생명칼럼] 2.장애인은 세상에 태어날 권리 없나?

장애극복, 생명의 참된 가치 보여
얼마전 이명박 전 시장은 낙태에 관한 질문을 받고서 “기본적으로는 반대인데,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 가령 아이가 세상에 불구로서 태어난다든지 이런 불가피한 낙태는 용납이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가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특히 장애인단체는 크게 반발했고 기형아나 유전병을 가진 태아의 낙태문제가 다시 뜨거운 이슈가 되었다.

이명박 전 시장의 발언은 장애인도 동등한 인격과 존엄성을 지닌 인간이라는 인식 결여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도 소중한 인간 생명으로 존중 받아야 한다는 생명존중 의식의 부족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설사 장애아를 키우는 부모의 고통을 걱정하는 것이라고 선의로 해석해도 그의 발언은 장애인들은 물론 장애가 있는 것을 알면서도 태아를 하늘이 주신 선물로 받아들이고 낳아서 정성껏 키우는 장애아들의 부모님에게도 큰 상처를 주는 경솔한 발언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한 누리꾼들의 인터넷 댓글을 보면 장애를 가진 아이는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응답도 무척 많았다. 이것은 우리 사회가 인간 생명의 가치를 피상적, 효율적, 기능적인 것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을 반영하는 응답인 것 같아서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과연 장애인은 세상에 태어날 권리가 없는가? 먼저 장애를 가졌다고 해서 그 아이가 평생 불행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지극히 잘못된 것이다. 누가 감히 한 사람의 인생을 태어나기 전부터 미리 재단할 수 있겠는가? 우리 주변에는 장애를 가졌지만 그것을 극복하면서 자신의 목표를 이루며 삶의 의미를 찾는 이들이 적지 않고, 그들의 인간승리를 보면서 오히려 정상인이라고 하는 보통사람들이 감동을 받는다.

이를테면 루게릭 병을 앓고 있는 스티브 호킹 박사, 손가락 네 개로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어서 장애인에게 희망을 준 희야양, 오체불만족의 저자인 오토다케군 등의 성공담은 장애가 곧 불행이고 인생의 실패라는 생각을 불식시켜주는 좋은 예이다. 이들이야말로 참으로 멋진 인생의 승리자요 행복한 사람들이다.

물론 장애아가 태어났을 때 부모가 겪을 좌절과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할 정도로 클 것이다. 장애아의 부모들의 체험수기를 보면 보통 처음에는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고 아이와 하느님을 원망한다.

그러나 점차 그 아이를 받아들이고 사랑하게 되면서 부모는 변하기 시작한다. “왜 하필 나야?”하며 원망하던 것에서 “소중한 그 아이를 제게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순응과 겸손으로 바뀌고 세상과 인생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된다.

장애를 지녔지만 아이가 더 이상 짐이 아니라 축복임을 깨달았다는 장애아 부모들의 고백을 보면서 짧은 생각으로 장애인의 인생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고 그 부모의 고통을 핑계삼아 장애아의 낙태를 정당화 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알 수 있다.

얼마전 한겨레신문 보도에는 다운증후군 아들을 둔 부모가 다운증후군이 있는 아이를 두 명이나 입양해서 키우는 내용이 보도됐다. 왜 그런 고생을 하느냐는 질문에 아버지 김기춘(51)씨는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운 경험이 있으니 우리가 더 잘 키울 수 있다면서 “우리의 장애아들이 주한 외국인들에게 입양되는 것을 보고 너무 부끄러웠어요. 물론 힘은 들죠. 그런데 이상해요. 행복이 마구 밀려와요”라고 대답했다. 이런 분들 덕분에 세상은 더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날 효율성, 경제적 이익, 편리함과 쾌락을 우선적 가치로 여기는 현실에서 효율적이지 않은 생명, 돌보는데 돈이 많이 들고 나를 불편하게 하는 약한 생명인 장애아를 짐처럼 여기고 없애도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장애를 극복하여 훌륭한 결실을 맺은 수많은 장애인들, 장애가 있는 태아를 기꺼이 받아들여 사랑으로 키우는 장애아의 부모님들, 다운증후군을 지닌 아동을 입양한 김기춘씨 같은 분들은 이런 왜곡된 가치관을 거슬러 생명의 참된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생명 수호자들이 더욱 많아지고 격려받기를 희망하며 그분들에게 진심으로 존경을 드린다.

박정우 신부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
가톨릭신문 기사입력일 : 2007-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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