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홍영선 교수의 생명칼럼] 8.호스피스를 위한 음악회

관리자 | 2008.12.15 23:21 | 조회 1345

[홍영선 교수의 생명칼럼] 8.호스피스를 위한 음악회


호스피스 중요성 전하는 천상의 화음

지금으로부터 27년 전 10월, 영국 런던의 한 교외에 있는 호스피스 병동에서 음악회를 개최했다. 물론 어려운 형편 속에 있는 호스피스를 돕기 위한 모금과 호스피스를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지역사회의 교사, 종교인, 음악선생님, 언론인, 상인 등이 호스피스 관계자들과 함께 조직위원회를 구성하였고 비전문 음악애호가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하여 음악회를 치렀다.

준비하는 동안에는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가을 밤하늘에 울려 퍼진 천상의 멜로디와 음악회의 열기로 인한 감동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적셨으며 호스피스의 참 뜻을 가슴에 새긴 이들의 참여와 후원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당시 조직위원회는 이런 기적과 같은 일이 다른 곳으로도 퍼지기를 원했고, 그것은 실제로 이뤄졌다.

이렇게 시작된 호스피스를 위한 음악회 (Voices for Hospices)는 2년에 한 번씩 개최되고 있는데 금년 10월 4일에 다시 전 세계에서 동시에 개최될 예정이다. 최근 개최됐던 2005년에는 세계 60개국의 400개 이상의 호스피스에서 약 500회의 음악회가 개최되는 큰 행사로 발전했다. 다양한 형태의 음악회가 거행됐고, 관객이나 연주자로 참여한 인원수만도 100만 명이 넘었으며 모금된 액수도 100억 원을 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음악회는 호스피스 활동이 활발한 나라에서는 아주 유명한 행사가 됐고, 이름 없는 비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시작되어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지게 된 행사이다.

‘부유층이나 유명인들이 관심을 가지면 일반인들이 따라가는 일반적 사회현상’의 공식과는 달리 평범한 이들이 시작해 사회 전체의 관심을 끈 음악회로, 호스피스에 하느님의 의지가 함께하심을 알 수 있는 증거라고 하겠다.

한국에서는 2003년 한국 호스피스 완화의료학회가 Voices for Hospices 본부의 권유를 받고 이 음악회에 참여하게 됐다. 당시 조직위원회는 학회 관계자와 함께 고등학교 음악선생님, 언론사의 기자, 대학교수 등 별로 유명(?)하지 않은 비전문 일반인들로 구성됐고, 다행히 사설 오케스트라 한 단체가 적극 참여해 음악의 수준을 높이고 공연자들을 섭외하게 됐다.

연주자들도 모두 무료봉사로 공연에 참여해 주었는데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물론 성악, 기악, 합창단 등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됐고, 평화방송 소년소녀 합창단도 그 중 하나였다. 특기할 것은 김수환 추기경께서 첫 회부터 계속해서 명예 대회장으로 참여하시어 음악회에서 축사도 해주셨는데, 참여했던 많은 이들에게 용기를 줬고 일반인들에게 호스피스의 활동을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2005년에는 당시의 서울 시장이 대회장으로 참여해 후원과 축사를 했고, 가톨릭 중앙의료원을 비롯해 여러 유관 단체, 학회, 제약사 또는 개인들이 후원을 했는데, 유명 대중가수의 공연으로 분위기를 한껏 돋우었고 발레공연과 가야금 병창, 국악연주 등 종교와 세대를 뛰어 넘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 공연을 했고, 말기질환으로 임종하는 이들의 고통을 함께 새기고 그 분들을 돌보는 호스피스의 중요성에 대하여 공감하는 기회가 됐다. 그날 저녁 우리는 분명히 하늘나라에서 들려오는 화음을 들을 수 있었다.

금년에도 10월 4일 저녁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개최할 예정인데, 이 공연은 같은 이름으로 전 세계에서 동시에 시작되며, 누구든 취지에 찬동하는 이들이 같은 이름으로 어디서나 음악회를 열 수 있다.

정부에서 의료비를 전부 부담하는 영국에서도 일반 병동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호스피스는, 일반인들의 후원금이나 기부금에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다. 그것도 부족해 각 호스피스 기관에서는 기금 마련을 위한 노력을 하는데, 외국에서는 각 호스피스의 로고가 들어간 물건들을 판매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호스피스는 현재 고통 받고 있는 말기 환자들을 돕는 일이지만, 4~5명 중 한 명은 암과 관련된 이유로 사망하게 될 것이 예상되는, 우리들에게는 미래의 자신을 돕는 일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 호스피스를 돕는데 적극 참여해야 하겠으며, 그것이 이 지상에 하늘나라의 화음을 울려 퍼지게 만드는 길이 될 것이다.

홍영선 교수 (가톨릭대 의대)
가톨릭 신문: 2007-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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