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홍영선 교수의 생명칼럼] 3.안락사, 절대 허용될 수 없는 살인행위

관리자 | 2008.12.15 23:20 | 조회 1544

[홍영선 교수의 생명칼럼] 3.안락사, 절대 허용될 수 없는 살인행위


인간생명 임의로 해칠 권한 없다

주변에 말기질환을 앓고 있는데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도 고통이 심한 분이 계시다면, 누구든지 ‘이렇게 고통속에서 오래 사는 것 보다는 일찍 돌아가셔서 고통을 받지 않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안락사의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필연적으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겪게 될 것이고 그 고통은 당신의 인간성까지 파괴할 것입니다. 나에게 오면 고통없이 빨리 이 세상을 떠나게 해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옳은 판단일까?

사람의 임종에 관한 의학적 결정을 보통 네 단계로 구분하는데, 1)무의미한 치료의 중단, 2)치료 철회, 3)간접적 안락사(의사조력 자살), 4)직접적 안락사 등이 그것이다.

앞의 두 가지는 과거 소극적 안락사로 부르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이를 안락사에 포함시켜 논의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고 또 그 중 일부는 신중하게 결정해야하는 부분도 있어 전문적 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 두 가지는 적극적 안락사로 불리우는 자살이나 살인행위에 해당이 되고 이 글에서는 이 부분만을 대상으로 논의하고자 한다.

안락사는 1930년대에 독일에서 만들어진 ‘안락한 죽음’을 의미하는 합성어인데 내용은 ‘살인행위’에 해당되는 잘못 쓰여진 용어다. 상처를 입어 회복 가능성이 없는 동물을 살해하는데에 많이 사용되었고,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나치가 유다인을 학살하는 명분으로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분명히 고통받는 말기 환자들을 돕는 것과는 거리가 먼 행위다.

실제로 보면 말기 환자들 중에 안락사를 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가장 많은 것이 조절되지 않는 통증이다. 그러나 격심한 통증은 의학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응급상황에 해당되는 것으로, 안락사를 시켜야 할 이유는 아닌 것이다. 또 말기환자들이 심한 불안과 우울증에 빠지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되겠다.

그 외에도 말기 환자들이 존엄성을 상실하고 삶의 가치를 느끼지 못하며 남에게 의존해야하는 삶 속에서 생존자체의 피로를 느끼는 데서 기인한 존재고민, 환자를 돌보는 이들이 느끼는 육체적·정신적 피로, 또는 의료인이 더 이상 해줄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태도가 환자와 가족에게 절망을 가지게 하는 데에 공헌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또 최근들어 자신의 생명을 침해하는 것도 자신이 결정할 권한이 있다는 잘못된 생각이 만연한 것도 한가지 이유가 되겠다.

실제로 안락사가 시행되는 나라에서 안락사 시행 이후 말기환자의 자살율이 낮아지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다. 대부분은 의료인들이 조금 더 환자의 고통에 관심을 가지고 집중하고 노력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며, 국가도 제도적으로 그들을 도울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 고통스러운 환자들을 돕는 구체적 대안이 있을까?

그것은 호스피스 완화의료로 1960년대 초에 영국을 중심으로 한 영 연방 국가들에서 시작되고 발전한 의료제도의 하나인데, 머지 않아 임종을 맞이하게 되는 환자와 가족들이 가지는 통증을 포함한 여러 분야의 문제들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하나의 팀을 이루어 해결하는 것이다. 이것이 발전한 나라에서는 안락사의 요구가 절대적으로 줄어들고 있으며 반대로 네덜란드와 같이 유럽 국가 중에서도 호스피스의 발전이 늦은나라에서 안락사의 요구가 높다.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환자들이 끝까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질 높은 삶을 살다가 편안히 임종하도록 돕는 제도로 불원간 우리나라에서도 법제화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의 생명은 하느님께로부터 받은 귀한 것으로 마음대로 처리할 권한이 우리에게 없음을 굳이 강조하지 않더라도, 안락사가 말기 환자들의 고통을 해결하는데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절대로 허용되어서는 안되는 살인행위임을 모두 공감하고 계시리라 믿는다.

홍영선 교수 (가톨릭대 의대)
가톨릭 신문 2007-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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