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과학의 눈으로 본 신앙] 13.처음의 모습으로

관리자 | 2008.12.15 23:26 | 조회 1213

[과학의 눈으로 본 신앙] 13.처음의 모습으로

완벽한 균형

철을 공기 중에 놓아두면 벌겋게 녹이 슨다. 더 오래두면 무덤에서 발굴한 고대 유물처럼 녹이 우수수 떨어지고 부서진다. 이 현상을 산화라고 하는데 전기화학적으로 표현하면 전자를 자연에 내어놓고 이온화하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물속에 넣어두거나 땅속에 묻어두면 전기 회로가 형성되어 산화하는 정도가 더욱 심해진다.

이 세상 모든 것은 태어나서 자연으로 돌아간다. 열역학 법칙에 따라 산화하여 가장 안정한 에너지 상태로 되돌아간다. 사람이 광물에 열을 가하여 억지로 환원하여 금속 알맹이를 뽑아내지만, 그 금속은 그대로 두면 혼자서 환경과 반응하며 녹슬면서 환원할 때 받은 열과 똑같은 에너지를 그대로 자연에 방출하고 광석과 같은 산화물로 돌아간다.

열과 에너지만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빼앗은 전자도 되돌려준다. 금속을 만들 때 자연에게서 빼앗아 갔던 전자를 모두 내어놓고 산화하여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하느님이 주신 태초의 모습대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람도 태어나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성장하면서 생겼던 기관들은 산화하면서 원래의 모습대로 되돌아간다. 대사를 통하여 태어났던 세포들은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늙어간다. 어떤 이는 이것을 막아보고자 성형도 하고 항산화제를 먹지만 극히 짧은 시간적인 차이를 가져올 뿐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 전체는 엄청난 환원과 산화를 하면서 살아서 움직인다.

태초부터 안정한 상태로 머물러 있었으면 세상은 죽어있는 상태 그대로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은 이 세상 모든 생물이 태양에너지를 받아 호흡하고 균형을 이루고 역동적으로 살아가게 하셨다.

대기 중에는 탄산가스가 0.034% 정도로 배합 비를 맞추고 해가 지면 적합한 이슬이 내리면서 당은 탄수화물로 저장된다. 식물은 지구 위에 있는 모든 생물이 내어뱉은 이 탄산가스를 흡수하여 동화시키고 당과 녹말을 만들면서 산소를 내어놓는다. 식물이 만들어내는 산소가 없으면 어떤 생물도 존재할 수 없다. 모든 생물이 호흡하고 대사하여 내놓는 탄산가스를 식물이 먹고 식물이 내놓는 산소를 호흡하고 살아간다.

모든 생물이 먹이사슬을 이루고 각자 해당과 발효를 하면서 갖가지 유기물을 분해, 합성하고 다른 먹이를 먹으며 생활에너지를 얻는다.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을 통해서 필수아미노산을 얻고 호흡, 생장, 운동 등을 하면서 먹이를 산화시키고 탄산가스를 내뱉는다.

에너지는 ATP의 형태로 수용되어 생물들이 살아가는 에너지가 된다. 생물의 세포는 유기화합물을 산화하여 에너지를 만들고 그 에너지를 ATP라는 분자의 화학에너지로 저장하여 사용하고 있다. 일종의 충전식 건전지라고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생체는 ATP의 가수분해로 에너지를 낸다.

이것을 이용해서 운동도 하고, 물질을 합성하기도 하고, 수송하기도 한다. 마치 나무가 산소와 화합하여 타면서 탄산가스를 내놓는 것과 똑같다. 분해와 합성, 기본적인 대사 작용이 모두가 화학반응을 거쳐 일어나고, 태초부터 온 세상이 서로 내놓는 물질과 에너지가 균형을 이루어 살아서 움직인다.

하느님은 식물의 광합성과 동화작용을 통해서 모든 생물이 살아가는 먹이를 주시고, 각각의 생물에서는 ATP가 합성되어 에너지를 공급하게 하셨다. 모든 생물은 먹이사슬을 통하여 순차적인 먹이를 공급받고, 각각의 생물은 온몸의 기관과 세포에 ATP로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그리고 이것들이 호흡하고 대사하여 자연에게서 받은 에너지를 내어놓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태초 이래로 물, 탄소, 산소, 탄산가스, 질소, 암모니아,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까지 모두가 치우치지 않고 구성비를 이루며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 균형을 깨고 있다. 인간들의 집 수세식 화장실은 깨끗하지만 강물과 바다는 적조와 녹조로 뒤덮이고, 탄산가스의 균형을 깨뜨려 지구 온난화를 불러온다. 이것이 과학기술인가?

하느님은 정말 아름다운 세상을 주셨고 완벽한 균형을 이루어 주셨다. 이것이 진리다. 그런데 사람들은 진리를 믿으면 과학적이지 않다고 비난한다.

국일현(그레고리오·원자력연구소 책임연구원·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전문위원)
[가톨릭 신문, 기사입력일 : 2007-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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