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과학의 눈으로 본 신앙] 11.사랑, 창조의 완성

관리자 | 2008.12.15 23:25 | 조회 1261

[과학의 눈으로 본 신앙] 11.사랑, 창조의 완성

우주를 보면 하느님이 보인다

초봄이면 우리 집 앞뜰에는 매화가 피고 여름이면 감자가 영근다. 요즈음은 온갖 꽃이 피어 벌들이 몰려들고 콩꽃과 호박꽃에는 나비가 잔치를 벌인다. 하느님께 감사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웽웽거리며 아름다운 꽃 속을 드나드는 벌들이 분주하게 꿀을 모아들이는 사이에 꽃 수술 꽃가루는 씨방으로 수정이 된다. 이렇게 또 다른 생명의 씨앗이 만들어지고 우리 지구 위에는 창조의 바퀴가 돌아간다. 열매와 씨앗은 새로운 식물이요, 열매와 잎은 동물이 살아나가는 식량이고 동력이다.

밤이 되면 까만 하늘 위에 수도 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별들이 황홀하기 그지없다. 그 별들이 밝게 보이는 것은 그 안에 수천만 도에 달하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고 있다는 살아있는 증거이다. 핵반응은 수소를 만들고, 탄소-질소-산소의 주기로 이어진다. 그렇게 해서 이 우주에는 중금속도 생기고 가벼운 물질도 생겨 수많은 새로운 원소가 만들어진다. 오늘도 밤에는 수없이 많은 핵융합로에서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이어지는 거대한 창조의 불꽃놀이를 본다.

바쁘고 쫓기는 사람들에게는 우리 눈에 들어온 작은 별이 어제와 똑같이 하찮고 아무 의미 없고 삶에 전혀 보탬이 되지 않겠지만, 그 불꽃놀이는 태초부터 있었고 영원히 그러할 우주 창조의 증거이고 서사시이다. 태양은 이런 별 중의 하나이다. 지금도 태양에서는 쉴 새 없이 핵융합은 이어지고 있고, 그 질량결손으로 얻어진 빛과 에너지가 지구 위에 도착하여 이 땅위에 식물을 키우고 오늘도 열매를 맺게 한다. 다시 말해서 태양에서 새로운 존재가 탄생하는 과정에서 나온 거대한 핵융합에너지가 지구 위에 또 다른 분자 합성과 생명체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본체라는 것이다.

‘태양에서 존재하지도 않던 원소가 탄생하고-핵융합 에너지가 지구에 전달되고-그 에너지로 지구 생명이 탄생하는’ 싸이클이 태초 이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현상에 의지가 담겨져 있지 못하면 누가 창조했는지 왜 창조했는지 우리에게 전혀 의미 없는 것이 되고 만다. 우주를 보고 있으면 하느님의 의지가 보인다. 저 우주의 신비로운 조화, 그리고 이 아름답고 아담한 지구. 모두가 한데 어우러진 사랑의 작품을 보게 된다. 그러나 자연을 보지 못하고, 사람이 만든 것만 보고 사는 사람들은 이런 일에 관심이 없다.

그런데 수천만 도에 달하는 태양의 핵융합 열은 어디로 가고 지구에는 시원한 바람이 부는가. 모든 생물이 끊임없이 숨을 쉬어도 모자람이 없이 싱싱한 대기의 산소는 어디서 공급되는가. 태고 이래 수많은 식물들에게 공급되는 영양분과 물은 마르지 않고 끝없이 대주어도 남는가.

창조는 사랑이다. 사랑이라는 의지가 창조사업에 화합하면 구약에서 생각하던 하느님의 모습이, 그리고 태초부터 있었던 모든 것이 달라진다. 호랑이가 다른 동물을 잡아먹을 때에는 그 억센 발로 후려쳐서 쓰러뜨리고 목 동맥을 단숨에 물어 죽인다. 그러나 새끼와 놀 때에는 그 발과 이빨이 전혀 다르게 바뀐다. 하느님은 지구와 사랑하는 생물들에게 우주의 그 큰 혹독한 환경을 부드럽게 하셨고 아늑하게 하셨다.

우리가 사는 땅은 우주의 법칙을 더욱 살찌게 하고 아름답게 한 창조의 결정체이다. 태고에서부터 그렇게 알맞은 환경 속에 생물들이 모두 잘 어울려져서 잘 살도록 살찌워져 있는 곳이다. 식물은 태양에너지를 받아 잎과 열매를 맺고, 초식동물은 그것을 먹고 삶을 영위하고,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을 먹으며 영양분을 공급받아 살며, 산소, 물, 질소가 조절되며 사람이 사는 곳이다. 이렇게 하느님은 세상을 사랑하셨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마태 5, 17)라고 가르치셨다.

그리고 때가 되어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수난을 예고하시고 성체성사를 정하셨다. 유다가 나간 뒤에 예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새로운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 34)

이 말씀은 이 땅에 사랑을 심은 하느님이 내게 하시는 말씀이다.

국일현(그레고리오·원자력연구소 책임연구원·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전문위원)
[가톨릭 신문] 기사입력일 : 2007-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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