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과학의 눈으로 본 신앙] 9.눈뜬 장님

관리자 | 2008.12.15 23:25 | 조회 1302

[과학의 눈으로 본 신앙] 9.눈뜬 장님

미래는 ‘내 손’ 안에 있다


20세기말 인류는 어마어마한 산업 발전을 가져왔다. 과학과 경제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언제든지 내가 원하기만 하면 지구 저편에 있는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고, 비행기를 타고 그곳까지 쉽게 날아갈 수 있게 되었다.

컴퓨터라는 것이 생겨서 상상할 수 없이 복잡한 계산을 단시간에 할 수 있게 되었고 손가락만큼 작은 USB에 책 수십 권에 해당하는 정보를 수록해 가지고 다닌다. 이제는 차를 타도 인공위성이 보내주는 지리정보로 갈 길을 찾아간다.

현재 많은 이들이 UFO의 존재를 믿는다. 넓은 우주에 인간보다 우수한 외계인이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우주 저 멀리서 UFO를 타고 올 것이라고 믿고 있는 이들이 있다.

저 넓은 우주에서 유독 지구에만 사람과 같은 고등동물이 살고 있다면 말이 안 된다고 한다. 확률적으로 다른 은하계에 더 지능이 발달한 고등동물이 살고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예수님이 외계인이었다는 설도 나돌았고, 아프리카의 어떤 종족은 외계인이 남기고 간 별자리를 섬긴다고도 한다. 당장이라도 외계인이 지구에 올 것만 같다.

안타깝지만 이런 공상들은 과학도 아니고 현실도 아니다. 과학은 분명히 사실과 규명된 진리를 근거로 하는 학문이다. 단순히 상업행위와 동조해서 돈을 벌거나 사람들의 허영심을 부추기는 도구가 아니다. 과학은 ‘왜?’라는 질문을 추구하고 추론하고 원리를 파헤치고 그렇게 해서 밝혀낸 종합 체계화된 진리를 말한다.

왜 세포 증식이 일어나는지 근본적인 원인도 모른 채, 사람들은 세포가 증식되고 개체가 복제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증식기구는 알지만 그 기구가 일어나는 원인은 전혀 모르고 증식 속도가 조절되지만 왜 조절되는지조차 모르는 것이 현대 생명과학이다.

그저 해보니까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생명과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비전문가들이 도를 넘어 복제양을 만들고, 심지어 인간배아를 다루려고 한다. 인간의 의지로 인간을 만들고 인간의 의지로 생명을 다루겠다는 말이다. 이건 바벨탑 그 이상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가 폭탄의 뇌관을 잡고 있다. 물론 과학은 꿈이다. 다만 존재하는 진리를 추론하고 파헤치며 알아내서 체계화하고 종합화하는 꿈이다.

인간은 이미 도를 넘어 많은 창조질서를 파괴하였다. 과도한 오염으로 조류(적조, 녹조)를 만들었고 하천과 바다에 사는 생명체와 생태계에 영향을 미쳤고, 대기를 오염시켜 오존층을 파괴하고 지구 온난화로 기상변화를 가져왔다. 심지어 성을 문란하게 하여 에이즈를 창궐하게 하였다.

더 이상 또 무엇을 하자는 것인가?

자신이 세상의 빛임을 알리고자 예수께서는 태어날 때부터 눈먼 사람을 고쳐주었다. 그런데 바리사이들이 그 소경에게 그 사실이 거짓임을 자백하게 하려고 이제 눈뜬 사람을 윽박질렀다.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사실을 왜곡하려는 것이다.(요한 9, 13~34)

예수께서는 “나는 이 세상을 심판하러 왔다. 보지 못하는 이들은 보고, 보는 이들은 눈먼 자가 되게 하려는 것이다”라고 하시며 바리사이들에게, “너희가 눈먼 사람이었으면 오히려 죄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너희가 ‘우리는 잘 본다’하고 있으니, 너희 죄는 그대로 남아 있다”라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요한 9, 35~41)

섣불리 안 지식을 가지고 오용을 하고 도를 넘어 하느님 질서를 파괴하며 서서히 죽는 방향으로 발을 내딛고 있는 바리사이 현대인들은 눈 뜬 장님인가?

하느님께서 만들어 주신 열차단막을 스스로 제거하고, 남북극의 얼음을 녹이는 것이 현대인이다. 자기 집 변소는 수세식으로 쓰면서 집 밖은 악취가 나고 강은 녹조가 되고 바다는 적조가 되게 한 것이 현대인이다.

‘언 발에 물주기’라는 말이 있다. 원리나 이치도 모르는 학자가 우연히 해보니 체세포 복제를 했다고 해서 엄청난 투자를 한다. 발에 부은 물이 추운 날씨로 발을 더욱 얼게 하듯이 아무것도 모르고 근거 없이 눈앞의 이익을 위하여 행한 복제가 에이즈보다 더 무서운 미래로 다가오는 것을 왜 모르는가. 그마저도 모르는 문외한들은 그 행위가 과학이라고 신봉하며 공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일현(그레고리오·원자력연구소 책임연구원·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전문위원)
[가톨릭신문, 기사입력일: 2007-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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