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과학의 눈으로 본 신앙] 6.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관리자 | 2008.12.15 23:25 | 조회 1378

[과학의 눈으로 본 신앙] 6.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보이는 것은 ‘잠시’ 다


계룡산 기슭에 사는 나는 밤이면 무수한 별들을 본다. 대도시에 살면 맛볼 수 없는 행복 중 하나다. 저기는 오리온, 저기는 백조…. 그야말로 책에서 보던 천구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 온통 우주가 한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나는 매일 밤, 우주가 하나 되어 펼치는 거대한 연극의 관객이 된다.

그러나 천재 과학자 스티븐 호킹을 생각하며 바라보는 밤하늘은 재미도 없고 아름다울 수도 없다. 그저 아인슈타인의 4차원 공간과 별 내부에 핵반응 그리고 생성과 소멸만이 보일 뿐이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별들 내부에서는 소립자가 생성하고, 충돌하고, 산란하며, 반응이 계속하여 일어나고 있다. 우리가 바라보는 별은 수억 년 전에 핵융합 반응이 있었고 그 빛이 지금 우리에게 전달되어 오는 것이다. 이렇게 과학의 눈으로 보면 별에 얽힌 신화나 시에 나오는 “별 하나의 추억…”등의 아름다운 정서는 산산조각이 난다.

별은 핵융합 반응의 덩어리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태양이다. 별에서는 에너지와 질량의 관계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물리학 공식 E=mc²(에너지는 빛의 속도에 제곱한 값에 질량을 곱한 값)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발생한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원소는 이 반응을 통해서 탄생하였다. 더 나아가 탄소가 수소와 합쳐 질소를 만들고, 질소는 다시 탄소로 환원된다. 또 이 질소는 다시 수소와 결합해 산소가 되고 산소는 다시 질소로 환원되며, 질소는 수소와 합쳐서 탄소가 된다. 탄소-질소-수소-산소가 순환하며 만들어지는 것이다.

참으로 오묘한 것은 생명체가 있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원소가 이 4가지, 즉 수소, 탄소, 질소, 산소라는 것이다. 이 4가지 원소는 또한 모든 100여 기본적인 우주 원소 탄생의 출발점이다.

핵융합이 계속되면서 점점 별들은 커가고 나이가 들어간다. 마침내 수소를 모두 소진하게 되고 수축한 백색왜성은 우주 속에서 소멸한다. 그러나 거대한 초신성은 감마선을 방출하면서 폭발하고 가스가 모여서 새로운 신성이 태어난다.

생성과 소멸의 역사가 저 넓은 우주 속에서 매일매일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 일은 태초부터 이어져 왔고 오늘도 계속되고 있고, 추측컨대 앞으로도 영원히(인간이 멸망하는 그 날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이처럼 과학지식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과학에 의해 우주 탄생 초기에 수많은 소립자가 생겼고, 양성자와 중성자 그리고 수소와 헬륨이 생기고 거대한 핵융합이 일어나고 그 활동이 지금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누구도 이런 신비로운 과정이 ‘어떻게’‘왜’ 이뤄지는지에 대해 모른다는 것이다. 태초에 우주가 어떻게 태어났는지에 대해 현대과학은 빅뱅이론을 포함해서 많은 가정을 하고 있지만 말 그대로 ‘추정’이고 ‘가정’이지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 우주가‘이렇다’는 것만 알 뿐이지, 누가 어떻게 그리고 이렇게 우주가 움직일 수 있도록 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우주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은 이렇게 극히 단편적인 것일 뿐이다. 인간 이성의 한계가 이렇게 명백하다.

지금 우리가 머리를 들어 바라보고 있는 별은 ‘현재’의 별이 아니다. 어느 별이 3만 광년 거리(1광년은 빛이 1년 동안 가는 거리)로 킬로미터로 환산하면 946,080,000,000km가 된다. 참고로 빛은 1초에 지구를 7바퀴 반을 돈다)에 떨어져 있다면, 우리가 바라보는 그 별의 ‘현재’ 모습은 3만 광년 전의 것이다. 3만 광년 전체 출발한 빛이 지금 우리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현재’바라보는 밤 하늘의 별은 사실은 ‘현재’ 소멸한 별일 수도 있다. 우리 눈은‘없는 별’을 ‘있는 별’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이 정확한가. 무엇이 진리인가. 세상 사람들은(신앙이 없는 이들은) 진리를 보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확신에 차 있다. 보이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2코린 5, 7 참조)

우리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바라보아야 한다. “보이는 것은 잠시뿐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기 때문이다.”(2코린 4, 18 참조)

국일현(그레고리오·원자력연구소 책임연구원·과학기술부 원자력안전전문위원)
[가톨릭 신문, 기사입력일 : 2007-07-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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