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과학의 눈으로 본 신앙] 2.이 세상을 위한 믿음이 아니다

관리자 | 2008.12.15 23:24 | 조회 1206

[과학의 눈으로 본 신앙] 2.이 세상을 위한 믿음이 아니다

착각하지 말라

요한복음 18장 36절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은 성 목요일에 읽혀지는 매우 유명한 구절이다.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다면, 내 신하들이 싸워 내가 유다인들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이어서 예수는 “나는 진리를 증언하려고 태어났으며, 진리를 증언하려고 세상에 왔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라고 말했다. 성삼일 때마다 이 구절을 들으면서 참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꾸 대답을 피하는 모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주와 하느님 나라에 대한 진리를 생각하면 이 구절은 전혀 다른 맛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우주와 하느님, 에너지와 물질의 탄생, ‘수소-탄소-질소-산소’의 싸이클, 지구의 삶, 생물의 생존, 생태계의 구성, 생체 내의 에너지 교환과 만남과 헤어짐, 먹이 사슬의 의미를 깨닫고 다시 읽으면 이 구절은 참으로 오묘하다.

거대 무변의 우주에서 미소한 소립자까지 하나의 뜻이 있고 그 뜻에 의하여 탄생되었고 지배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창조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 말씀은 전혀 달리 들린다.

마치 현대 물리학을 속속들이 알고 있기나 하는 것처럼 착각하고 자신이 과학자인 줄로 착각하고 사는 현대인이 진리를 보는 눈은 예수님 시대 유태인과 거의 차이가 없다. 또 오늘 우리가 가진 현세에 대한 욕구는 당시 빌라도가 가지는 사고와 크게 차이난다고 볼 수 없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은 성경을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여 비과학적이라고 하고, 그리스도교를 비논리적이라며 비난한다.

앞으로 서술하게 되겠지만, 현대 물리학을 깊게 알면 알수록 예수를 믿고 따르는 것이 진리를 따르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예수의 말은 빌라도가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크고 깊은 내용이었다. 당시 예수의 말을 들은 빌라도는 “진리가 무엇이오?”라고 되묻지만, 그 권력자가 그 말을 알아듣기에는 당장 자신의 위치와 주변 환경 등 하찮은 세상일에 눈과 귀가 가려져 있었다. 당시 빌라도가 보고 듣는 현실은 쓸모없이 사라지는 순간의 이익이지만, 예수의 말은 이 세상 처음에 있었고 지금도 있고 영원히 있는 진리로서 시공을 초월한 것이었다.

아무 죄 없는 한 인간이 죽음의 판결을 기다리면서 권력자 빌라도 앞에 서있다. 그때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살던 사제들과 율법학자들은 힘없는 한 인간을 죽여야 자신들의 위치가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그를 죽일 것을 주장한다.

빌라도는 그에게 주어진 세상의 권한을 사용하여 예수를 죽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현세의 이익을 중요시하는 인간이 따라야 하는 방향인 것이다.

필자는 여기서 독자들에게 복음서를 다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예수 생애 전체를 보면 빈틈없이 계획된 삶임을 알 수 있다. 빌라도에게 죽음을 당하시는 정점을 중심으로 복음서를 보면 예수는 죽음을 전후로 생애를 통해 무엇인가 말씀하고 계신다. 즉, 예수의 생애를 평소의 예수, 죽음으로 넘어가는 예수, 부활한 예수, 이렇게 3 단계로 나누어 보면 각 단계에서 그 가르침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평소에 하느님 나라를 가르친 것은 우리가 살아있을 때 그렇게 살라는 것을 가르친 것이다. 둘째, 죽음을 예고하고 죽음으로 한 걸음 한걸음 다가가는 시점에서 예수는 인간의 생명이 무엇인지 그리고 스스로가 누구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셋째, 부활한 예수는 그 때까지 모든 가르침을 증거로 보여주시고 이 세상에서 우리 인류 모두가 당신을 따라 살 수 있도록 거대한 틀을 잡아주셨다.

예수는 살아계실 때 무수하게 많은 진리를 가르치셨고, 그 가르침 모두는 하느님 나라와 건설을 위하여 매우 중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죽기 전에 세상 권력의 상징인 빌라도에게 하신 말은 무엇보다도 죽음과 영원한 생명이라는 중요한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친 것이었다.

그것은 온 우주와 존재의 근원과 영원한 체계인 진리를 근거로 알아들어야 한다. 그래서 예수는 스스로 진리라고 하셨고 자신은 현세에 바탕을 두지 않고 나를 따르는 사람은 진리에 속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국일현(그레고리오. 원자력연구소 책임연구원 과학기술부 원자력 안전전문위원)
가톨릭 신문, 기사입력일 : 2007-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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