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배마리진 수녀의 생명칼럼] 7.결혼 - 헌신의 서약

관리자 | 2008.12.15 23:28 | 조회 1712

[배마리진 수녀의 생명칼럼] 7.결혼 - 헌신의 서약

어려움 극복하며 부부사랑 신비 체험

왜 결혼 하느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실 결혼은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에프스키가 말한 것처럼 ‘사랑의 학교’에 입학하는 것이다. 결혼식 자체가 사랑을 완성시키는 것이 아니고 결혼생활의 시작과 함께 부부는 사랑을 배우며 성장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요즈음 이러한 사랑의 학교에 입학하려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2007년 2월 20일부터 3월 8일까지 한국 갤럽에서 만 19세 이상 남녀 1514명을 대상으로 결혼관을 조사한 결과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는 46.3%로, ‘반드시 결혼할 필요가 없다’는 53.7%로 나왔다. 현대의 결혼 풍속도는 예전과는 다른 모양으로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혼율이 높아지고 있고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의 수도 증가하고 있으며 동거로 결혼의 형태를 유지하려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성교육 현장에서 사람들이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았을 때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양육비나 교육비의 지출, 취업난, 배움의 증가에 따른 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의 증가 때문에, 번거로운 혼사준비와 관계에 구속받기 싫어서, 결혼할 적절한 상대를 찾지 못해서, 부모의 영향이나 이혼의 두려움 때문이라고도 했다.

어느 결혼식장에서 주례자가 예식에 참여한 하객에게 ‘다시 결혼해도 지금의 아내나 남편과 결혼하실 분은?’하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결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혼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고 하는데 왜 하는 것일까?

결혼의 목적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겠으나 서로 사랑하는 남녀가 죽기까지 서로 사랑하며 가족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다. 그러나 행복한 생활을 꿈꾸며 일생 서로 사랑하겠다고 서약한 부부에게 가족의 갑작스런 사고, 원치 않는 질병, 경제적인 파산, 친인척과의 갈등, 배우자의 외도 등 어려움과 시련이 닥칠 수 있고 결혼의 서약을 깨뜨리고 싶은 유혹의 순간도 올 수 있다.

그런데 무엇이 이러한 갈등과 어려움 속에서도 부부가 서약으로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것일까? 역설적이지만 많은 분들의 한결같은 대답은 ‘사랑’이다. 사랑이 식은 것 같은 느낌의 순간을 넘어설 수 있게 한 힘이 바로 사랑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는 대답 같지만 사실 그렇다. 자녀에 대한 책임감에서 나온 것이든 배우자의 부족함을 감싸주려는 태도에서 나온 것이든 사랑이라 한다. 자신을 내어 놓는 사랑에서 얻는 기쁨과 힘이 헌신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 말한다.

잘 나가던 남편이 어느 날 뇌경색으로 쓰러져서 사회생활을 전혀 못하게 되었는데 하느님께 의탁하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남편을 간호하는 부인은 남편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남편의 존재에 대한 고마움과 측은하고 가여운 연민의 마음으로 사랑한다고 한다. 접대문화로 회사에서 술자리를 자주 해야 하는 남편이 유혹으로 빠져들 수 있는 순간에 부인과 자녀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슬기롭게 피할 수 있었던 것도 가족에 대한 사랑 때문이라 한다.

결혼한 부부는 날마다 함께 했던 서약을 갱신하며 지속적으로 사랑의 투신을 하도록 불리움 받는다. 부부가 맞게 되는 어려운 시간은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초대다.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고 넘어서는 순간 부부 사랑 안에서 예수님의 삶과 죽음과 부활의 파스카 신비를 체험하고 재현하는 것이다.

현대의 다양한 결혼풍속도 안에서도 변치 않는 결혼의 의미는 부부의 헌신적인 사랑과 그 사랑 안에서 선물로 받게 되는 자녀를 사랑으로 기르고 양육하며 생명과 사랑의 전달자로서 살아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성과 생명은 ‘부부사랑’이라는 가정에서 왔을 때 가장 온전하게 보호받고 지켜지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겠다고 결정했을 때 결혼의 목적을 좀 더 명확히 알았다면 더욱 고민하고 결정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잘 모르고 내린 것까지도 책임질 수 있는 것이 서약이라는 것을 헌신적으로 결혼생활을 하는 수많은 성가정이 말해 주고 있다. 성가정은 이 사회에 건강한 혼인과 건강한 성소로 사람을 초대하는 사랑의 학교다. 사랑의 학교에서는 부부가 가지고 있는 노력과 힘, 재능과 시간, 정열과 생명을 함께 나눔으로써 어떠한 조건에서도 서로 사랑하겠다는 서약의 의미를 가르치고 있다.

배마리진 수녀 (한국 틴스타 대표·착한목자수녀회)
기사입력일 : 2007-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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