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배마리진 수녀의 생명칼럼] 4.하느님이 부른 아이들

관리자 | 2008.12.15 23:28 | 조회 1556

[배마리진 수녀의 생명칼럼] 4.하느님이 부른 아이들

구원의 시작은 생명 사랑에서부터


‘태아(Fetus)’라는 라틴어의 어원은 ‘작은 아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태아도 생명이며 인간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매년 수많은 태아들이 원치 않는 임신이라는 죄명으로 지구촌 전역에서 죽어간다. 그들은 딸이라는 이유로, 자녀가 많거나 형편이 좋지 않아서, 건강이나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그밖에 어떤 이유로도 살해된다. 그런데 그들 중에 놀랍게도 살아남는 태아들이 있다. 죽음의 골짜기를 건너와 실낱같은 목숨을 이으며 무럭무럭 자라는 저 생명의 힘과 신비는 어디에서 온 것일까? 그들은 어떤 삶의 목적과 희망으로 살아지는 것일까?

얼마 전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우리 수녀원의 한 수녀님에게서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그 수녀님은 우연히 잡지에 실린 기사를 읽게 됐는데 한국의 착한목자수녀회를 통해 미국으로 입양된 입양아에 관한 글이라서 유심히 보았고 그 내용을 내게 보내신 것이다.

기사의 내용은 18년 전 한국에서 있었던 신생아에 관한 것이었다. 당시 한 개인병원에서 임신 8개월의 산모에게 인공중절 수술을 시도하던 가운데 산모는 죽고 태아는 살아 있다는 연락을 수녀원에 알렸고, 수녀님들은 죽음의 기로에 있는 신생아를 급히 가톨릭병원으로 옮겨 기적적으로 생명을 건진 사례에 관한 것이었다.

아기는 처음 큰 병원으로 옮겨졌을 때 심한 폐혈증과 폐렴으로 위급한 상태였지만 신속하게 인큐베이터 치료를 받으면서 상태가 좋아졌다. 당시 한국에 국제학회 일로 와 있던 의사 윌키 부부의 소개로 미국의 빅토 부부가 입양해 건강하게 성장했고 현재는 고교 2학년의 아름다운 학생이 됐다는 이야기였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를 기점으로 경제성장을 목표로 국가가 가족계획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조정하면서 약 40년 가까이 인공피임과 낙태의 문화에 젖어들었고 마침내는 높은 저출산율과 노령화의 나라가 되어버렸다.

그 와중에 원치 않는 임신으로 수많은 태아들이 인공임신 중절이라는 방법으로 이 땅에서 사라져 갔다. 아마 그 아이도 그 중의 한 명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난 달 수녀원 일로 중국에 가서 만난 수녀님 한 분이 중국에서도 많은 낙태가 이뤄지고 있는데 수많은 아이들이 가족계획의 실패로 혹은 원치 않는 임신으로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작년에는 장파열이 되어서 쓰레기더미에 버려진 신생아를 데려다가 비밀리에 수술을 시켜 키우고 있는데 지금은 몰라보게 튼튼하고 예쁘게 자라고 있다고 한다.

하느님께서 그들을 통해 이 땅에 보여 주고자 하신 바는 무엇일까? 그들을 생명으로 부르고 계심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오늘 그들은, 하느님이 부른 아이들로서, 또 다른 생명의 전달자로서 삶과 죽음이 하느님의 신비 안에 있다는 소식을 이 땅의 살아 있는 우리들에게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가난하고, 나약하고, 헐벗은 모습으로 오신 우리의 그리스도 왕이신 예수님은 간난 아기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구원의 시작이 어머니 마리아의 생명에 대한 사랑의 응답과 잉태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생명과 구원이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우리는 그 생명이 아무리 부서지고 미숙하고 장애를 가지고 있고, 혹은 절망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더라도 무죄한 생명을 의도적으로 죽이거나 죽이는 일에 결코 공모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으로 시작해야만 합니다”(생명의 복음을 살기 21항)는 말처럼 그 곳에서 구원은 시작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낙태의 유혹과 위험에 놓여 있는 수많은 어머니들과 어린 생명들을 위해 메리 오르트 와인의 다음과 같은 기도를 드려 본다.

“주님, 장차 어머니가 될 모든 여성들을 오늘 특별한 사랑으로 보살피소서. 그들이 자신의 태내에 잉태한 특별한 보물을 인식하도록 그들을 도우소서. 문제 있는 임신 때문에 낙태의 유혹을 받고 있는 모든 이들의 마음과 가슴을 어루만지소서. 무염시태 때에 당신 어머니 마리아를 위로하셨던 것처럼, 이 어머니들을 위로하시고 주님을 믿도록 그들에게 특별한 자비를 베푸소서. 주님께서 당신 어머니께 천사를 보내셨던 것처럼 누군가를 그들에게 보내시어 그들이 당신 법을 따르고자 하는 분별 있고 사랑스런 결정을 내리도록 도우소서. 아멘.”

배마리진 수녀 (한국 틴스타 대표·착한목자수녀회)
[가톨릭 신문 : 2007-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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