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칼럼

[배마리진 수녀의 생명칼럼] 1.생식력 자각으로의 초대

관리자 | 2008.12.15 23:27 | 조회 1773

 


[배마리진 수녀의 생명칼럼] 1.생식력 자각으로의 초대

생식력, 거룩하고 존엄하게 사용하자

지금까지 우리가 알게 모르게 받아 온 성교육 지식 가운데 가장 많이 받아 온 것은 무엇일까? 혹시 우리 몸에 대한 것이 아닐까? 왜 성교육에서 생식생리를 가르치는 것일까?

생식생리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생식력 자각이 몸이 지닌 그리스도의 모상성을 깨닫게 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한다는 믿음과, 또 그러한 몸은 성이 지닌 이성적인 면, 정서적인 면, 사회적인 면, 영적인 면과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생식력(fertility)이라는 말의 라틴어 어원은 ‘생명의 창조 안으로 참여하는 능력을 갖는 것, 그러한 능력을 전하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의 생식력이라는 것이 창조에 동참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뜻이다. 이것이 얼마나 엄청난 선물인지 어떻게 청소년들에게 알려 줄 수 있을까? 월경이 단순히 한 달에 한 번씩 여성의 몸에서 피가 나오는 것이 아니고, 사정이 단순히 정액을 배출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어느 틴스타 지도자과정 워크숍에서 점액관찰을 통해서 생식력을 자각시키는 방법을 십대 학생들이 피임법으로 사용하지는 않을까 하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생식력 자각을 함으로써 자신의 몸이 지닌 생식력을 인식하고 깨닫게 된 소녀들은 자신의 몸이 얼마나 소중한지 받아들이게 된다. 또한 그들이 현재 생물학적으로 부모가 될 수 있는 능력을 이성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인 면들과 통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틴스타 프로그램에 참가한 소녀들과 소년들이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왜냐하면 그들은 단순히 점액만을 관찰하지 않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배우고 깨닫게 되기 때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한 질문과 답을 나누고 난 뒤, 쉬는 시간에 어느 여성 참가자가 다음과 같은 체험을 이야기해 주면서 나의 신념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결혼 뒤 아들을 낳으려고 한의사를 찾아갔더니 점액관찰을 권해서 오랫동안 점액관찰을 해오다가 아들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 순수하지 못한 동기였지만 오랫동안 그 방법을 쓰다 보니 남편이 어느새 자신의 몸의 질서에 맞춰져 있더라는 것이었다. 어느 날은 자신의 배란일까지도 알아맞힐 정도였다고 한다. 그분은 자신의 생식력을 자각한 소녀들은 절대로 자신의 몸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증언해 주셨다.

생식력 자각으로의 초대는 단순히 출산조절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내 몸이면서도 나를 넘어서는 내 안에 거룩한 하느님의 모상성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또 하나의 깨달음인 것이다. 인류와 나이를 불문하고 부모가 될 수 있는 누구에게나 이러한 초대는 제공 되어야 하며 전해져야 된다고 본다.

출산조절을 위해 난관 결찰을 시술받은 분 가운데 한 분이 틴스타 지도자 과정을 마치고 남편에게 자연가족계획방법을 설명하면서 그 신비로움을 나누려고 했다. 그때 남편이 “당신은 그런 것 필요 없잖아?” 하더란다. 그때 그 부인은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자신 안에 있는 자연적인 질서를 확인받고 싶은 마음을 남편에게 나누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인공피임에 습관이 든 남편은 아내의 몸과 마음의 질서를 무시할 수 있다. 원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인공피임과 참고 인내하며 대화하고 부인의 생식력을 온전히 존중하는 자연가족계획 방법은 같을 수가 없다.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목적은 같을지 몰라도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은 다르며 그 과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삶의 질을 얼마나 높일지 실천해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연적인 가족계획방법은 부부간의 상호협조와 대화 없이는 불가능하며 생식력에 대한 자각 없이는 할 수 없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식력이라는 것이 창조에 동참할 수 있는 능력이라면 그 능력을 거룩하고도 존엄하게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생식력을 인공피임의 폐해에 맡겨버릴 때 가장 피해를 보는 사람은 그 방법을 사용하는 당사자다.

■틴스타(Teen STAR)

청소년을 위한 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성인의 책임감이라는 맥락에서 본 성교육’(Sexuality Teaching in the context of Adult Responsibility)을 의미한다.

배마리진 수녀 (한국 틴스타 대표·착한목자수녀회)
[가톨릭 신문: 2007-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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